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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3대하천 탐험대
[대전 3대하천 탐험대 with 타슈]
② 대전 도약기의 원천, 유등천
2019. 11. 18 by 이기준 기자

1949년 출범한 대전시 70년의 역사에서 가장 큰 획을 그은 사건은 바로 1989년 대전시가 광역시로 승격한 것이다. 인구의 급격한 유입으로 1988년 서구가 신설돼 중구에서 떨어져 나왔고 이와 맞물려 도시개발사업이 곳곳에서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서막은 서구 관저동·둔산동 개발이었다. 이를 계기로 대전역-옛 충남도청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시대가 막을 내리고 둔산동 시대가 열렸다.

대전시청의 위치 변화는 이 같은 역사적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원도심 위치한 대전시청은 둔산동 개발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1999년 12월 31일 주소가 중구 대흥동 499-1번지에서 서구 둔산동 1420번지로 변경돼 2000년 1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둔산동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에 앞서 1998년 정부대전청사가 입주하고 같은 해 대전지방법원·검찰청, 1993년 대전교육청이 각각 새 둥지를 틀면서 선화·은행·대흥동 중심의 원도심에 밀집해 있던 대전 주요 기관들이 대부분 둔산동 시대를 맞이했다. 이후 2002년 서구청이 갈마동에서 둔산동(시청과 정부대전청사 사이)으로 이전했고 2006년 출범 이후 원도심에서 셋방살이를 전전했던 대전지방경찰청 역시 2009년 8월 둔산동 청사를 마련해 입주했다.

대전 지도를 펼쳐놓으면 주요 기관들이 모인 둔산동은 대전의 정중앙인데 공교롭게도 이곳에서 금강 제1지류인 갑천과 제2지류인 유등천이 합류한다. 주요 기관과 백화점 등 주요 상업시설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면서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됐는데 이로 인한 ‘원도심 재생’이 대전시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오월드-보문산-대전야구장을 잇는 관광벨트화 사업이 계획 수립 단계에 있고 옛 충남도청, 테미오래(옛 충남도관사촌), 소제동 철도관사촌 등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리빌딩이 진행되고 있다. 또 다양한 도시재생뉴딜사업도 속속 추진되고 있다.

  글·사진=이기준 기자 / 편집=장미애 기자 / 그래픽=김선아 기자    

[대전 3대하천 탐험대 with 타슈] 
① 대전 생명의 모태, 대전천 : 시간을 달려 마주한 도시의 기억
② 대전 도약기의 원천, 유등천 : 휴식같은 친구, 버드나무 바람 속으로
③ 대전 3대 하천의 으뜸, 갑천 : 갑천, 그 비타민詩

 

  [3대하천 탐험대 with 타슈]  
② 대전 도약기의 원천, 유등천

#1. 원도심과 신도심의 경계

대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전시내는 도시성장과 맞물려 점점 북서쪽으로 외연을 넓혔다. 대전시의 외곽이었던 유등천과 접한 드넓은 논밭이 주거지로 바뀌었고 1970∼80년대 유천동·태평동·도마동·변동·가장동 등 서대전이 급속히 도시화됐다.

유등천(柳等川)은 충남 금산군 진산면·금성면·금산읍·남이면의 경계를 짓는 월봉산 서쪽 골짜기에서 발원해 북쪽으로 흐른다. 금강의 제2지류로 국가하천과 지방2급 하천으로 나뉘는데 국가하천의 하천연장은 15.5㎞, 지방2급 하천의 하천연장은 22㎞다. 발원지부터 대전시계인 중구 침산동까지 22㎞ 구간이 지방2급 하천으로 관리되고 다시 침산동부터 갑천 합류지점까지 15.5㎞ 구간은 국가하천으로 관리된다.

유등천은 금산 진산지역의 여러 작은 물길을 모으고 금산 복수면에서 지방천을 합한 뒤 대전 중구 침산동 놋점골(금동)을 지나 정생천·구완천 등을 합류하면서 큰 물길을 이룬다. 다시 북쪽으로 흐르며 안영동·복수동·산성동·유천동·도마동·태평동·용문동을 지나 서구 둔산동(삼천교)에서 대전천을 흡수한 뒤 갑천에 유입된다. 유등천은 대전천과 갑천 사이를 흐르면서 중구와 서구를 구분짓는 경계 역할도 한다.

예부터 유등천은 버드내 또는 유천(柳川)이라고 불렸다. 유등천의 한자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하천은 버드나무와 관련이 있다. 하천변에 축 늘어진 버드나무가 많아서 ‘버드내’라고 불렸다는 거다. 조선 시대에는 ‘유포천(柳浦川)’ 또는 ‘유천(柳川)’ 등으로 불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유포천은 유성현 동쪽 20리에 있는데 전라도 진산현 경계에서 발원한다’고 적혀 있다. 유등천 관련 기록은 이게 처음이다.

또 동국여지세에는 ‘유천은 일명 유포(柳浦)라고도 하는데 유성폐현 동쪽 20리에 있다. 진산군 경계에서 발원해 북쪽으로 흐르다가 용두촌에 이르러 대전천에 유입된다’고 기록돼 있다. 현재의 유등천이란 명칭은 1872년지방지도(공주)에서 처음으로 확인된다.

예전에는 유등천 일대 논에 물을 대기 위한 보(洑)가 많이 있었다. 안영동 아들바위 밑 성산보, 버드내 주민의 젖줄인 원대보(물문보), 안영리 후보, 복수보, 도마보, 용두보 등은 과거 이 지역이 벼농사를 위주로 한 곡창지대였음을 여실히 입증한다. 비옥한 곡창지대에서 물을 둘러싼 마을주민 간 마찰은 피할 수 없는 숙명. 이곳에서도 유등천 물을 대기 위한 치열한 각축이 벌어졌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물을 둘러싼 주민 갈등과 해소 과정을 민속놀이로 재구성한 ‘버드내 보싸움놀이’가 성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버드내 보싸움놀이는 1970년대 대전시의 도시화로 농경지가 시가지로 탈바꿈하면서 명맥이 끊겼다.

#2. 생태공간으로 재탄생한 3대 하천

대전의 3대 하천에 대한 정비, 다시 말해 생태공간 회복을 위한 하천 개발이 이뤄진 건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다. 1960년대 주로 홍수조절과 하천 이수·치수를 위한 정비가 이뤄지면서 저수로 설치, 둔치 정비, 하천 직강화, 양안 제방 축조 등이 이뤄졌는데 이는 생태계 파괴를 의미했다. 둔치엔 주차장이나 시민공원 등이 조성됐는데 이는 대부분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다. 또 봄·가을 갈수기엔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건천화가 심화됐고 하천 양안의 녹지가 사라지면서 시민 휴식처로서의 기능도 상실했다. 이와 함께 도시화에 편승해 국토이용의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하천복개도 이뤄졌는데 대전의 경우 대전천 중앙데파트가 대표적이다.

오염된 하천을 자연상태로 되살리려는 시도는 대전 3대 하천 생태복원사업 계획안(2003년)으로 구체화됐다. 그 첫 시도가 바로 대전천 유지용수 확보사업으로 하천복개 구간 철거가 핵심이다. 2008년 중앙데파트, 2009년 홍명상가를 차례로 철거하고 하천을 덮어 이를 지지하던 콘크리트도 모두 걷어내 대전천의 물길을 다시 이었다. 그리고 2010년 목척교가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을 잇는 가교로 다시 등장했다. 대전천을 되살리는 이 대장정엔 모두 약 850억 원이 투자됐다.

이와 맞물려 대전천·유등천·갑천 등 3대 하천 생태복원사업들이 속속 시행됐다. 하천 복원은 복원지구·보전지구·친수지구로 나뉘어 계획됐다. 우선 복원지구(20.3㎞)는 하천 직강화, 콘크리트 호안, 복개 등으로 인해 파괴된 생태계의 복원이 중심이다. 대전천의 경우 유등천 합류점∼영교, 보문교∼천석교 4.1㎞ 구간에서, 유등천은 갑천 합류점∼수침교, 도마교∼복수교 6.1㎞ 구간에서, 갑천은 금강 합류점∼갑천교, 가수원교∼반자리취수보까지 10.1㎞ 구간에서 저수·고수호안정비, 하중주, 도류제 설치, 생물서식처 조성 등의 정비사업이 추진됐다.

생태계·역사문화·경관이 우수해 인위적인 정비 없이 보전이 필요한 지역은 보전지구(41㎞)로 지정돼 이에 맞는 정비사업이 펼쳐졌다. 옥계교∼시 경계(14.6㎞) 대전천, 복수교∼시 경계(6.3㎞) 유등천, 만년교∼가수원교 및 반자리취수보∼시 경계(20.1㎞) 갑천 등이 대상으로 이곳엔 여울, 생물서식처, 어도, 징검다리 등이 설치됐다.

인구밀집지역이나 도심지 인접 지역 등 주민 이용이 많은 곳은 친수지구(16.2㎞)로 지정돼 정비됐다. 대전천에선 영교∼보문교 및 천석교∼옥계교 3.7㎞ 구간이, 유등천에선 수침교∼도마교 3.1㎞ 구간이, 갑천에선 갑천교∼만년교 9.4㎞ 구간이 대상으로 습지, 수변무대, 여울, 분수, 문화광장 등이 조성됐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추진된 3대 하천 살리기 사업엔 모두 3300억 원이 투자됐다. 여기엔 대동천·세동천·신대천·진잠천 등 14개 소하천 정비사업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3대 하천 살리기 사업으로 대전 3대 하천엔 모두 147개(유등천 61곳, 갑천 56곳, 대전천 30곳)에 이르는 체육시설들도 촘촘히 들어섰다. 현재 체력단련시설 36곳, 축구장 22곳, 배드민턴장 16곳, 족구장 16곳, 게이트볼장 15곳, 농구장 10곳, 야구장 10곳, 배구장 6곳, 파크(그라운드)골프장 6곳, 테니스장 4곳, 인라인스케이트장 3곳, 우드볼장 2곳, 사이클연습장 1곳 등이 마련돼 있다.

또 대전천 일부(보행·자전거 겸용)와 갑천 상류 일부 구간을 제외한 3대 하천 전 구간에 자전거전용도로가 마련돼 대전의 자랑인 ‘타슈’를 타고 3대 하천을 누빌 수 있다. 또 곳곳에 유채·코스모스·금계국 등 꽃밭과 꽃길이 조성돼 시민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무엇보다 하천 바닥이 투명하게 보일 정도 물이 맑아지고 주변에 자연습지도 조성되면서 설 자리를 잃었던 동식물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도심에서 사람들과 함께 숨 쉬며 살게 됐다.

글·사진=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편집=장미애 기자
그래픽=김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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