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식당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 철회를 발표한 7일 한 식당에 종이컵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시행돼 현재 계도기간 중인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한다고 7일 발표했다. 또 이들 업소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 금지, 종합소매업과 제과점에서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처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이들 업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는 2003년 도입돼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6월 사라졌다가 문재인정부 때인 2019년 되살아났지만 이번 윤석열정부에서 다시 없어지는 것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들쭉날쭉하는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회용품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는 심각한 수준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국민 한 명이 1년에 버리는 일회용품 양은 13.6㎏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로는 연간 70만t이 넘는 일회용품이 버려진다.
식당과 카페에서 일회용 컵이 얼마나 쓰이는지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는다. 그렇지만 연간 수백 억 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충남대와 이담환경기술, 대전녹색환경지원센터가 지난해 대전 식품접객업소 390곳을 조사했더니 업소 한 곳당 월 평균 4557개의 일회용 컵을 사용했다. 그러니 우리나라 전체 업소로 보면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의 일회용품 환경정책은 또 후퇴했다. 종이컵 사용 금지조처를 철회함은 물론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도 사실상 무기한 연장했다. 정부가 계도기간 1년을 주면서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하지 않았는데 여기서 한 발 더 물러선 것이다.
정부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해 이같이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들의 표를 의식해 내린 선심성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물론 다수의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비용절감 측면에서 환영하고 있지만 규제 시행에 대비해온 업소들은 힘이 빠진다는 소리도 들린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는 지금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으로 인한 환경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서 각국마다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 7월부터 빨대 등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다. 우리보다 후진국인 베트남도 2025년부터 플라스틱 일회용품 등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는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하고 단속을 유예하는 등 후퇴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약하다. 국민 전체 여론도 일회용품 규제는 필요하다는 게 압도적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손 놓고 있다. 이것이 내년 총선 등 정치적 계산 때문이라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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