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구 전 대전시 행정부시장

언제부터인지 세계도시들의 이런저런 면을 놓고 순위를 매기는 지표들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통합 지표를 토대로 한 도시 순위는 다소 빛을 잃은 느낌이다. 그보다는 바람직한 도시 상(像)을 상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분석틀에 부합하는 도시들을 확인하는 방식이 눈에 띄고 있다. 특화의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기 시작한 셈이다.

통합 지표가 아닌 특화 지표는 하나의 이상적인 도시를 상정한다기보다는 대표하는 가치에 따라 서로 다른 도시의 이상들을 가늠해본다는 점에서 통합 지표와 다르고 서로 간에도 차이가 있다. 때문에 이런 지표들에서 나타나는 도시들의 순위는 같기보다는 다르기 일쑤다. 예컨대 기업하기 좋은 혹은 경제적으로 부흥하는 도시의 순위와 환경 친화적이고 깨끗한 도시의 순위와 일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일부 예외는 있겠지만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이 이런 ‘예외’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세계 주요 대도시 가운데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도시로 꼽혔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이 2, 3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지난해 25위에서 7계단 오른 18위였다.

캐나다의 ESG 전문지 코퍼레이트 나이츠(Corporate Knights)는 세계 70개 주요 도시의 지속가능성 내용을 분석해 최근 내놓은 ‘지속가능 도시 지수 리포트 2023’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환경, 경제, 사회가 조화를 이뤄 자연 생태계가 잘 보전되며 환경적으로는 쾌적하고 안전한 곳을 말한다. 또 자원과 에너지 사용이 최소화돼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는 도시’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 도시, 대전은 사는 곳이며, 일하는 곳, 먹고 마시고 놀러 가는 곳, 교육을 받는 곳,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곳이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인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방안 강구는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대전시의 방향은 20~30년 후의 이상적인 비전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닥친 당면과제를 슬기롭게 다뤄야 한다. 

도시인구의 증가와 농촌인구의 감소(전체적인 인구 감소), 환경 오염 및 자원 소비의 급증으로 인해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전환은 현대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커다란 과제이자 사명이다. 이는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관리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 경제적 이익, 사회적 질 향상,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로서 중요성을 갖는다. 도시화에 따른 대전시의 도시계획과 환경, 기타 관련되는 문제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의 노력과 관심을 요구한다. 따라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도시, 대전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 

특히 노후 계획도시인 둔산지구를 포함한 기개발지의 도시계획은 장기간에 걸쳐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고민해야 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에서 대안을 설정, 추진해야 한다. 또 도로, 주차장, 공원 및 녹지, 학교 등의 기존 인프라와 정책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앞으로의 미래 비전에 맞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설정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성과 환경성, 전문성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부문에서의 협력이 필요하다 판단된다.

이에 지속가능한 도시 대전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이며 다양한 방법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도시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환경, 사회, 문화, 기술, 건설 등 다양한 영역과 관련성이 매우 깊다. 지속가능한 도시 구현을 위해 도시계획가, 건축가, 환경전문가, 경제학자, 사회학자, 예술가,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대전 시민들 간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지난 8일 ‘대전의 지속가능한 미래 포럼’의 공동대표로 참여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포럼을 통해 대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상하고 계획도시인 대전 서구, 특히 둔산지역의 획기적 변화를 도모해 나갈 생각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