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라는 이름은 고달프다. 청년이 과거에는 젊음의 상징과도 같은 말이었다면 지금은 사뭇 다르다. 부모님에게는 아직 철없는 아들딸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는 MZ 또는 ‘요즘것들’로 손가락질 받는다. 친구끼리는 ‘어쩌다 어른’이라는 자조섞인 농담을 하지만 직장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무언가로 통칭되기도 한다. 개인의 일생에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중요한 시기이자 사회에서의 핵심과도 같은 존재이지만 요 근래 사회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청춘의 한가운데를 달리고 있는 조남기(27) 씨는 할 말이 산더미다.

◆ 분필 대신 주사기
조 씨의 꿈은 학생들을 위하는 교사였다. 그러나 꿈이란 때때로 멀어지기도 하는 법이라 했던가. 정시를 준비했던 그는 수능에서 삐끗(?)하면서 학생만이 아닌, 보다 많은 사람들을 품기로 했다. 바로 간호사다. 간호업계에 종사하는 부모님의 권유를 통해 간호학과에 발을 들였다는 거다.

“정시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도중 정시에서 미끄러지면서 원래 목표하던 꿈을 꺾었죠. 간호학과가 취업이 잘된다는 이야기도 많았고 특히 간호업계에서 일하시던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간호사 일을 시작하면서 조 씨는 머릿속이 복잡하기도 했단다. 누군가는 의료를 공공재라고 칭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수익을 내야 하는 병원 입장에서 인력이나 근무 조건을 소극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기 마련이라는 건데, 일하는 입장에서는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는 얘기다.

“근무조건적인 측면에서 뭔가 안타깝죠. 이직률과 퇴사율 모두 높으니 소위 그만두면 또 뽑으면 된다는 1차원적인 생각에서 간호 학생수를 늘리는 정책도 많이 생기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도 그런 것들이 보이는데, 근무조건을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어요.”

조 씨는 일에 치이면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필수의료과인 신경외과에서 일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다.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힌다는 나이팅게일의 정신처럼, 뇌졸중센터에 찾아 오게 되는 응급환자들을 구슬땀 흘려 수술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보람과 긍지를 느꼈다는 거다.

◆생계비 해결되니… ‘취준’ 일사천리
다만 조 씨도 간호사로서의 보람을 깨닫기 전까지는 수많은 취업준비생 중 하나였다. 공부 양도 많을 수밖에 없는 간호학과에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처럼 그는 운좋게 대전시 청년내일희망카드를 접했다. 밥 한 끼 든든하게 먹기 아까운 취준생에게 300만 원이라는 액수는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지난해 9월 청년내일희망카드를 지원해서 6개월 동안 300만 원을 지원받았죠. 게다가 취업기간 안에 성공하면 자유롭게 50만 원을 쓸 수 있기도 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단순한 현금성 지원이 아니라 식비나 강의, 책 구매 등 내역이 정해져 있어 오히려 좋았습니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아르바이트가 꺼려지는데 독서실 등록비도 지원도 받아서 취업하기까지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죠.”

◆청년 목소리 반영됐으면
일각에서는 일자리 매스매치가 많이 벌어진다고 한다. 인력을 원하는 곳들은 많지만 한편으로는 청년들의 눈이 높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고생없이 좋은 직장에만 들어가길 원하는 청년들이 많다’ 등의 지적이 계속되는 요즘이다. 그러나 역으로 청년들의 의견, 목소리를 잘 들어주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사회에 관심이 많은 조 씨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보여주기식, 환심사기성 지원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지만 현장의 청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힘들어 하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거다.

“20대든 30대든 살아온 환경이 다르긴 할텐데 다른 경제적인 여건 등보다는 그들의 의견을 잘 듣지 않고 받아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청년 채용을 늘린다든가 현금성 지원 등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기회를 주고 그 기회를 통해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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