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예산 일부 증액”vs 민주당 “완전 복원” 이견
민주당 지도부 15일 대전서 현장 최고위원회 열어

▲ 지난달 24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시작 전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R&D 예산 삭감 등에 항의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마련한 65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본격화됐다. 사업별로 예산의 감액·증액을 결정하는 자리인 만큼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내년 예산안 편성 최우선 정책 과제를 “약자복지”로 정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R&D 예산과 지역화폐 예산을 복원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번 예산 정국의 최대 쟁점은 R&D 예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을 올해보다 5조 2000억 원(16.7%) 삭감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한 반발이 전국적으로 나타나자 국민의힘은 결국 한 발 물러나 R&D 예산 일부 증액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액수가 명시되지 않았고 완전 복원을 주장하고 있는 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진통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힘, 현장 요구 수용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이공계 R&D 장학금 지원을 대폭 늘리고 대학 연구기관의 신형 기자재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원 인건비, 실험을 위한 기자재 지원 등에 있어선 R&D 예산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반발 여론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야당은 물론 과학계 현장과 국회 예산정책처 등 정책 기관에서조차 R&D 예산 삭감이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한 다음날인 지난 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천승현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계속 과제의 연구비 삭감은 연구 목표 달성을 방해한다. 오히려 연구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며 “연구 현장은 지난 8월 이후 한탄과 혼란 속에서 연구 진행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의 태도 변화는 지난주 예결위 정책 질의에서도 나타났다. 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영식 의원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부처가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며 “정부 예산안을 존중하면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를 통해 수정·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정부에 슈퍼컴퓨터, 중이온가속기, 양성자가속기,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등에 대한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기초과학 분야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운영비를 최소 전년 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가급적 (IBS) 예산이 원래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민주, “전면 원상복구 해야”
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내년도 예산안과 여당의 심사 방향에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R&D 예산 일부 복구를 시사한 여당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완전한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미래·민생을 포기했다. 약자에 대해서는 비정한 예산”이라며 “국민의힘의 예산 심사 방향 발표 내용은 국민 무시이자 민생 외면”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R&D 예산 추가 편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의장은 “전례 없는 R&D 예산 삭감은 정부가 미래 먹거리와 과학기술 강국의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포기 선언”이라며 “국민 모두의 분노를 일으킨 초유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해명하지 않은 채 제한적 증액의 필요성만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액 수준 역시 이공계대학원의 절규와 과학기술 한탄에 답하기에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문진석 의원도 “여당은 구체적인 증액 규모를 밝히지 않고 답변을 회피했다”며 “R&D 예산을 얼마나 복구할 것인지 구체적인 금액을 밝혀달라. R&D 예산은 전면 원상복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갑)은 지난 13일 11개 대학 총학생회 등 대학생단체, 대학생 100여 명과 함께 정부의 R&D 예산 삭감안 백지화를 촉구했다.

조 의원은 “학생들이 공동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과 현실이 만들어진 데 대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며 “젊은 연구자들이 마음 놓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과학기술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오늘 모아준 에너지가 예산 심사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만든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며 “낙담하지 말고 함께 용기를 내자”고 덧붙였다.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15일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다. 당무 복귀 이후 첫 지역 방문으로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대전을 찾는 이 대표 메시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와 지도부의 이날 대전 방문은 정부의 R&D 예산 대폭 삭감과 관련한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예산 정국을 맞아 대전에서 정부가 삭감한 R&D 예산의 원상복구와 전폭적인 지원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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