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6일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올 수능엔 지난해 50만 8030명 대비 3442명 감소한 50만 4588명이 원서를 접수했다. 지역에선 대전 1만 5080명, 세종 4708명, 충남 1만 6839명, 충북 1만 2220명 등 모두 4만 8847명이 응시 예정이다. 모든 수험생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올 수능 기상도를 볼 때 덕담을 건네는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각종 변수가 혼재돼 혼란을 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서다. 우선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문턱이 낮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응시생이 감소했다고 경쟁률이 낮아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정시 모집 인원이 6만 6300명으로 지난해보다 3511명 줄면서 생긴 현상인데 그나마 만만한 돌부리다.

2024학년도 수능을 특징짓는다면 단언컨대 졸업생 전성시대를 꼽아야 할 것이다. 고3 재학생은 32만 6646명으로 2만 3593명 줄어든 반면 졸업생은 15만 9742명으로 1만 7439명 늘었다. 졸업생 비율 31.7%는 1997학년도 수능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N수생의 대거 유입은 킬러문항 배제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꾸준히 이어져 온 졸업생 강세가 정점에 이르는 상황은 재학생에게 절대 유리하지 않다.

이른바 이과생의 ‘문과 침공’에 사다리를 놓아준 문·이과 통합형 수능의 역기능이 개선될지도 의문이다. 선택 과목의 유불리가 분명하게 드러난 가운데 뚜껑을 뒤집어봐야 알겠지만 올 수능에서 균형 잡을 공산은 높지 않다. 재학생보다는 졸업생, 문과보다는 이과가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N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비칠 수 있다. 획기적으로 평평하게 펴지 않는 한 고착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이 녹아들지, 그렇다면 변별력은 어떻게 확보했을지가 안갯속인 점도 불안 요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7월 2일 2024학년도 수능 시행 세부 계획을 공고하며 “수능은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을 출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출제기법 고도화가 극단을 벗어나 적정 난이도로 적중하면 상책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수험생이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끝에 있다면 입시 당국은 객관성과 합목적성을 잃지 않으면서 균형적인 난이도 조절로써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또 다른 고민의 시작에 있다. 현명한 변화는 공정과 신뢰에 바탕을 두는 법이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일인 15일 대전 서구 충남고를 찾은 학부모들이 먼발치에서 수험생 유의사항 안내문을 확인하는 아들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일인 15일 대전 서구 충남고를 찾은 학부모들이 먼발치에서 수험생 유의사항 안내문을 확인하는 아들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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