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 등 꼼수에 소비자 반발
정부 실태조사 후 개선방안 마련 계획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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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이 화두로 떠오르자 정부가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슈링크플레이션과 스킴플레이션은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양을 줄이거나 질을 낮추는 방식인데 소비자로선 불만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안 그래도 빠듯한 삶인데 뒤통수까지 맞은 격이다.

식음료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오르자 올해 오렌지 100% 제품의 과즙 함량은 80%로 줄었다. 제품 하단에 ‘오렌지과즙으로 환원 기준 80%’라고 표시됐지만 ‘오렌지 100%’라는 문구가 먼저 나오기 때문에 일부 소비자는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사용한다고 오랫동안 내세우던 치킨 브랜드 BBQ도 지난달부터 튀김기름의 절반을 단가가 낮은 해바라기유로 교체했다. BBQ는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해 올리브유 50%, 해바라기유 50%의 ‘블렌딩 오일’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스킴플레이션 같은 꼼수는 비단 식음료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식당에서도 식재료 가격이 뛰자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등의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인력을 줄이자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는 게 일상이 됐다. 서비스의 질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가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7일 서울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용량 축소 등을 통한 편법 인상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많다. 정직한 판매행위가 아니며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이달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주요 생필품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신고센터를 신설해 관련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도록 하겠다.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알권리를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발 늦은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슈링크플레이션 등은 이미 오랜된 꼼수이자 관행이다. 대표적인 게 과자 양을 줄이고 포장을 과하게 한 이른바 질소과자다. 본질인 과자는 거의 없고 질소를 채워 빵빵했던 과자봉지를 빗댄 별명이다. 꽤 오래전부터 소비자 불만이 지속된 일이나 지금까지 뚜렷한 대응이 없었다는 뜻이다. 또 대응이 늦었던 만큼 대책 마련에도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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