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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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전월 3.7%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고물가의 연속선상에선 대수롭다고 할 수 없는 수치지만 10월부터 물가 상승률이 완화될 것이라는 ‘10월 안정론’이 빗나갔으니 정부로선 체면을 구긴 셈이다. 하필이면 6년 2개월 만에 미국 물가 상승률마저 추월했다. 이달 들어 정부의 물가 대응 강도가 높아진 이유를 알만하다. 물가 잡기가 결단코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공언한 예측이라도 빗나갈 순 있다.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지점에 때가 껴서 문제다.

정부의 안간힘은 채소류와 과일 등 일부 먹거리 품목의 물가가 하락하거나 상승 폭이 둔화하는 등 유의미한 개선 조짐으로 효용성을 드러냈다. 5.2%로 시작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화 덕택에 지난 7월 2.3%까지 떨어지기도 한 것이다. 긍정적인 전망이 표면화된 게 이 무렵이다. 그러나 농축수산물 가격이 고삐 풀리며 다시금 오르자 소비자물가도 맥없이 우상향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소비자물가엔 논란의 불청객이 있다. 고물가 속 ‘꼼수 인상’의 대명사인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이 그것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제품 가격은 기존대로 유지하는 대신 크기 및 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의 효과를 거두려는 전략이고, 스킴플레이션은 물가상승에 비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는 현상이다. 둘 다 고물가에 편승한 소비자 기만행위지만 국내에선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

글로벌 고물가를 틈탄 꼼수 인상은 지난해부터 논란거리였다. 이에 대한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게 소비자단체의 주장이고 지난 17일 열린 2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야 이 안건을 테이블에 올렸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주요 생필품 가격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신고센터를 신설해 관련 사례를 제보받는 한편 소비자 알권리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뒤늦게나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한 것은 다행이다.

의지는 가상하나 업계의 꼼수이자 관행에 대항해 소비자가 신뢰할만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기업이 의무적으로 소비자에게 제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텐데 제도·입법화하지 않는다면 강제성을 띨 수 없다. 그렇다고 기업의 영리 행위를 무턱대고 틀어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물며 용역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막연해 보인다.

현장 중심의 물가 안정 체계는 지속 가동하면서 편법 인상에 관한 한 앞서 다루고 있는 해외 사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몰라 못하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적당한 수를 찾지 못하는 문제에선 모방도 상책이다. 소비자가 진짜 뿔난 까닭은 고물가 그 자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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