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의 연체액이 1년 사이 2.5배에 이르는 수준으로 늘어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관련 법무법인 광고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올해 2분기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의 연체액이 13조 원을 넘어섰다. 1년 새 무려 2.5배나 뛰었다는 점이 빚더미의 성질을 말한다. 코로나19에 이은 경기침체를 맨몸으로 버티고 있으니 용빼는 재주가 있을 리 만무하다. 금융기관을 전전하며 대출로 연명하다 설상가상의 고금리 장벽 앞에 맥없이 주저앉게 생긴 것이다. 그들의 좌표가 단념에 이를까 염려된다. 연말 발표 예정인 은행권의 이자 감면안이 ‘언 발에 오줌 누기’로 그치면 안 되는 이유다.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 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기록이고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 역시 177만 8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2분기 연체액 13조 2000억 원은 지난해 동기 5조 2000억 원 대비 2.5배에 이르고 연체율도 0.75%에서 1.78%로 2.4배 늘었다. 최대·최고 수준이다.

충청권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악화 중이다. 충북은 1년 전과 비교한 대출액 증가율 7.9%(2억 9300만 원→3억 1600만 원)로 전국 1위고, 세종은 자영업 다중채무자 전체 대출 잔액이 1년 새 가장 큰 폭(44%·5조 6000억 원→8조 원)으로 뛴 지역이자 대출자 증가율(53.5%·1만 3000명→2만 명) 1위를 차지했다.

금리가 1.0%p 오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가 짊어질 전체 이자는 5조 2000억 원, 1인당 평균 이자는 291만 원이나 급증한다는 게 한은이 뽑은 계산이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렇지 않아도 수렁에서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에게 고금리는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리는 진상 짓과 다르지 않다.

금융당국이 고금리에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지주사에 직접적 이자 감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니 지켜볼 일이다. 금융당국이 주문했다는 ‘국민이 납득할 수준’이 제시되길 바란다. 사실 이자는 불운한 자영업자들이 토로하는 곡소리 중 일부일 뿐이다. 이것 말고도 할 일이 수두룩하다. 파탄지경에서 조금씩이라도 헤어나려면 근본적인 생계 회복 방안이 나와 줘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제 시행,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업종별 차등제 적용, 외국인 인력 일반고용허가제 외식업종 범위 확대, 서민경제 활성화 회복 등을 주장하며 정부와 국회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권력이 어디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칠 수 있을지는 법과 판단의 문제이나 소비가 살아나서 돈이 돌면 해결될 요구임에는 분명하다. 말로만 민생경제 찾지 말고 초당적 자세로 궁리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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