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희망 2024 나눔캠페인' 출범식 및 사랑의 온도탁 제막식 (대전시 제공)
사진-'희망 2024 나눔캠페인' 출범식 및 사랑의 온도탁 제막식 (대전시 제공)

올해도 어김없이 사랑의 온도탑이 켜졌다. 겨울의 전령사인 ‘희망 2024 나눔 캠페인’이 일제히 시작된 것이다. 모금은 내년 1월 31일까지 두 달 동안 진행된다. 아무쪼록 남녀노소의 온정이 답지해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이웃 사랑 DNA는 메마르지 않았음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부는 결코 거창한 결심이 필요한 게 아니다. 가진 걸 조금 나눔으로써 몇 곱절의 포만감을 누릴 수 있음을 해 본 사람은 안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일 ‘희망 2024 나눔 캠페인’ 출범식과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개최했다. 방식은 예년과 똑같아서 나눔 목표액의 1%인 6690만 원이 모금될 때마다 사랑의 온도탑이 1도씩 올라간다. 올해 대전지역 목표액은 66억 9000만 원이다. 같은 날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본격적인 모금 활동에 돌입했다. 세종은 지난해보다 5억 5000만 원 많은 18억 3000만 원을 목표로 잡았다. 충남의 온도탑은 이보다 하루 앞서 제막했다. 충남의 올해 목표는 200억 3000만 원이며 6년 연속 1인당 모금액 전국 1위를 기대하고 있다.

마중물도 제법 몰렸다. 첫날 대전에선 계룡건설과 금성백조주택,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파인건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R&D캠퍼스가 나눔에 동참했고 세종에선 3명이 5년간 1억 원 기부를 약속하며 지역 아너 소사이어티 28∼30호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흥덕산업㈜, NH농협은행 세종본부, 태명산업개발, 비전세미콘㈜, 한국중부발전 세종발전본부 등이 수은주를 높였다.

이 같은 기업의 솔선수범은 일정 부분 전시효과로 보는 게 맞다. 일시에 거액을 기부하는 통 큰 선행으로 목표한 온도탑을 채울 수 없을뿐더러 그럴만한 기업이 우리 지역엔 그리 많지 않다. 온도탑을 끌어올릴 보편적인 온정은 평범한 시민들에게서 발현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요즘처럼 불경기에 선뜻 지갑을 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나 한 통에 2000원인 ARS 전화부터 재량껏 액수를 적어 기부하는 사랑의 계좌까지 마음먹기에 따라 수단은 여럿 있다.

복지단체마다 한숨을 토로한 게 몇 년 됐다. 갈수록 기부 자체가 줄고 봉사에 나서는 손길도 줄고 있어서다. 라면과 생필품 상자 몇 개 쌓아둔 채 위문입네 기념 촬영하는 모습을 보며 생색낸다고 비아냥거린 냉소를 돌아보게 된다. 판에 박힌 기부를 그리워하는 세태는 도움이 필요한 그늘을 더 황량하게 조명하곤 한다.

사랑의 온도탑도, 구세군 종소리도, 연탄 봉사도 겨울을 찾는 진객이다. 우리가 겨울에 들어서며 소외된 이웃을 잠시라도 호위하는 것은 다른 계절보다 그럴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각박해진 건 맞지만 희망까지 사위지 않게 하는 길, 그것이 나눔의 실천에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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