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 마련
文정부 때 폐기된 대형 댐 건설 부활
극한의 홍수 대응, 특보 안내도 강화
오송지하차도참사 재발방지대책 일환

▲ 금강일보 DB

정부가 홍수 방어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극한의 홍수에도 대비할 수 있는 치수안전 체계를 마련해 가기로 했다. 치수 관련 예산을 배 가까이 증액하고 이를 토대로 댐 건설,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500년 빈도 홍수 방지’ 대책을 체계적으로 수립·시행하기로 했다.

◆치수 패러다임 전환
환경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 보고서를 이날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보고했다. 이 대책안은 2020년 54일간의 최장기간 장마(평년 30일), 2022년 8월 서울 1시간 강수량 141.5㎜에 이르는 집중호우(연 강수량의 11%), 올해 7월 중부지방 집중호우(청주 미호강 441㎜(400년 빈도), 논산 논산천 426㎜(500년 이상 빈도) 등 기후위기 상황을 감안해 홍수 대비 체계(패러다임)를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홍수 방어 기반시설(인프라)을 확대하고 미래 기후를 고려한 치수안전 체계를 확립하는 한편 인명피해 예방을 위한 충분한 대응시간(골든타임)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 주도 댐 건설 재추진
정부는 우선 지류·지천 정비를 본격화한다. 유역 면적이 크거나 홍수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큰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점진적으로 승격해 2027년까지 국가하천 구간을 기존 3602㎞에서 4300㎞까지 확대한다. 이와 함께 지방하천 중 국가하천의 수위 상승에 영향을 받는 구간을 ‘배수영향구간’으로 지정, 환경부가 직접 정비할 방침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8월 하천법을 개정해 배수영향구간 지정의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정부는 내년 배수영향구간 38곳을 정비할 예정이다.

퇴적토가 많이 쌓였거나 나무와 풀이 자라나는 등 물의 흐름이 정체된 곳에 대해선 준설사업을 전개하고 하천기본계획을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약식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전환한다. 또 하천기본계획 수립 시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평가 항목이 검토된 하천정비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해 적기에 하천정비를 추진한다. 이 같은 국가하천 정비사업을 위해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올해(4510억 원)보다 47% 상향된 6627억 원으로 편성했다.

홍수 대응을 위한 물그릇을 확대하는 사업도 확대한다. 정부는 신규 댐 건설과 함께 저수지를 비롯한 기존 댐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10개의 댐을 신설 또는 리모델링할 계획으로 내년 기본구상안을 마련하고 타당성조사를 거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지역에서 댐 신설을 요청한 곳은 13곳, 리모델링 요청 댐은 7개인데 정부는 지역 건의가 아니더라도 필요하면 정부가 직접 댐을 조성할 방침이다. 문재인정부는 수몰지 주민 반발과 환경적인 피해 등을 감안해 국가 주도의 대규모 댐 건설을 중단한다고 2018년 선언했는데 5년 만에 정부 주도 댐 건설사업이 재추진되는 거다.

큰 피해를 유발하는 도시침수에 대비하기 위해선 극한의 홍수 방어 인프라 구축을 확대한다. 2028년까지 서울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설치하고 도림천과 한강을 잇는 지하방수로를 건설한다. 이밖에 2013년부터 추진한 상습침수지역에 대한 하수도정비중점관리지역 지원사업도 올해 대비 2배 이상 확대(예산 1541억→3256억 원)한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가 열려 참석자들이 주요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가 열려 참석자들이 주요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홍수취약지역 관리 강화
정부는 미래기후를 고려한 치수안전 체계도 확립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에 따라 통상적인 홍수대책만으로는 피해 예방이 어려운 지역(특정도시하천 유역)을 대상으로 국가가 직접 ‘특정도시하천 침수피해방지 기본계획’을 수립, 특별히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인구밀집도가 높거나 중요산업시설이 위치한 유역의 침수방지시설에 대해서는 홍수방어목표를 관계법령에서 정한 기준 이상(필요 시 500년 빈도 이상)으로 강화한다.

홍수취약지구 관리도 강화한다. 그동안 하천관리청(환경부·지자체) 위주의 홍수취약지구 현장점검 등으로 인력·전문성에 한계가 있었으나 앞으론 전문기관(하천협회·한국수자원공사 등)과 함께 홍수기 전(2~3월)·중(8월)·후(10~11월) 하천시설을 일제 점검할 계획이다.

현장 비상대응력도 확보한다. 정부는 내년 2월까지 ‘홍수기 비상대응계획 수립 지침’을 마련·배포할 계획이다. 또 홍수취약지구 위치 등을 고려해 긴급대응에 필요한 장비·자재 비축을 위한 방재 거점(스테이션)도 내년 5월까지 낙동강 유역에 시범 구축한다.

홍수안전주간도 운영한다. 재난안전대책기간(5월 15~10월 15일) 시작 전인 5월 첫째 주를 ‘대한민국 홍수안전주간’으로 지정·운영해 전국 226개 지자체가 함께 홍수대응태세를 총괄적으로 점검토록 한다. 또 홍수특보 발령지점 확대, 홍수위험지도, 홍수취약지구, 하천점용허가, 비상대응계획 등 치수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소통·협력체계를 강화한다.

◆피해 예방 골든타임 확보
정부는 내년 5월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홍수특보 발령지점을 75곳에서 223곳으로 대폭 확대한다. 또 대국민 홍수특보 알림문자에 수신자가 침수우려지역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추가한다. 특히 정부는 홍수특보 발령 당시 특보 발령지역 인근이 아닌 다른 지역에 위치해 알림문자를 못 받거나 문자를 받고도 인지하지 못한 운전자가 홍수특보 발령지점 부근에 진입할 경우에 대비해 내년 7월부터 위치정보체계(GPS) 기반 차량 내비게이션을 통해 위험지역에 진입했음을 알린다. 올해 발생한 ‘오송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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