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씨 대표 박민수 씨.

케이팝(K-POP)은 거대한 자본의 집약체에 가깝다. 한류 문화가 본격적으로 흐름을 타기 이후부터 케이팝은 단순한 음악에 그치지 않고 캐스팅, 기획, 프로듀싱, 유통 등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고차원 산업에 가까워졌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구조로 형성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연예기획사의 수장마저 “K-POP은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이라고 칭할 정도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최근 지역에서도 케이팝 시장 진입을 향한 작은 날갯짓이 관측된다. 케이팝 레이블 루씨(LUCY)의 대표 박민수(27) 씨 얘기다.

◆기존의 음악 탈피 원해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접하고 시작하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종교적인 이유부터 길거리에서 흐르던 음악에 감명을 받거나 가족의 영향을 받는 등 말이다. 박 씨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기타는 물론 드럼까지 악기를 여럿 다뤘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악보를 따라 악기를 연주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특히 현재 대중음악은 수십년이 넘는 역사를 지나왔기에 멜로디는 정형화돼 있을 뿐더러 연주법 또한 장르적인 한계에 부딪혀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박 씨는 보다 새로운 음악과 연주법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거다.

“어렸을 때부터 기타나 드럼 같은 악기를 많이 연주했죠. 그런데 음악 카피를 많이 하다 보니까 기존의 연주법보다 새로운 연주법을 해야겠다는 고민이 커졌습니다.”

◆‘레이블’ 설립에 이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박 씨가 내린 결론은 소속사와 독립음반사를 합친‘케이팝 레이블’이었다. 그러나 예술을 하는 이들은 누구든 반대라는 벽에 막히기 마련이다.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20살부터 음악에 대한 꿈을 꿨지만 주변에서 우려를 표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가 반대를 이겨낸 방법은 다름 아닌 음악에 대한 진심과 실력에 있었다.

“스무 살 때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아무래도 부모님이 반대를 하셨죠. 특히 반에서 1, 2등 하다가 음악을 한다고 돌아서니 걱정이 크셨겠죠. 지금은 평소에 음악을 많이 만들어두면서 음대 교수님들과 이메일로 소통하면서 음원도 내고 하니까 인정해주시는 분위기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박 씨는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케이팝 레이블 루씨를 설립했다. 지금은 발라드부터 R&B, CCM,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프로듀싱하는 수장인 셈이다. 특히 그는 음대로 진학한 뒤에도 레이블 경영을 고려해 경영학과로 과를 옮기는 등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다만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대중의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 일어설 수 있었단다.

“예전에는 100가지 일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80가지 정도의 일밖에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중분들이 제가 작업한 음악의 의도치 않은 의도나 가사 등을 알아채시고 반응해주시거나 긍정적인 메시지를 받을 때 힘이 나죠. 일종의 사명감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문화활동 적지만 음악 놓지 않아
누구보다 가까이서 문화활동을 접하는 입장에서 박 씨는 대전 내 문화적인 컨텐츠 지원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지역 간의 문화 격차는 수십년간 이어져온 대한민국의 논쟁 중 하나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문화예술활동현황조사’에서는 지난해 전체 4만 532건의 문화예술활동 중 1만 5377건이 서울에서 열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이 전국 문화예술활동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경기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수도권에서 절반에 가까운 문화활동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문화적인 컨텐츠나 지원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죠. 음악은 물론 공연이나 뮤지컬 같은 분야에서도 대전의 경우 양과 질에서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문화활동에도 박 씨는 음악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모습이다. 루씨의 어원은 라틴어로 빛을 의미하는데, 그의 목표 또한 예측불가능하면서도 다양한 음악을 통해 사람을 빛나게 하겠다는 거다. 긍정적인 음악으로는 행복을 나눠주고 어두운 음악으로는 사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레이블을 꿈꾼단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