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내 성폭력상담소 실태 조사
6곳, 작년 지원업무 종합 3만 건↑
상담사, 불규칙·과한 업무 시달려/현장 위한 정책·예산 확충 필요

대전지역 성폭력상담소가 인력 부족과 이에 따른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상담사의 근무환경이 열악해지고 인력 이탈 발생이라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효율적인 피해자 지원과 상담사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의 예산 확충, 지원 안정성이 보장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전여민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다힘과 충남대학교 여성젠더연구소의 대전 성폭력상담소 운영현황·상담사 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전에 위치한 성폭력상담소는 동대전장애인성폭력상담소, 대전여성장애인연대성폭력상담소, 대전여민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다힘, 위드성인권상담소, 대전YWCA성폭력·가정폭력 상담소, 대전해바라기센터 등 6곳이다.

6곳의 상근직 상담사(대전경찰청 파견 수사관 5명 포함)는 45명, 비상근직 상담사는 2명 등 모두 47명으로 이들은 지난해 1907명(3만 1989건)의 피해자를 지원하고 이 중 1200명(2만 5528건)에 대한 성폭력 상담지원을 제공했다. 산술적으로 상담사 1명에게 배당되는 피해지원 업무가 한 달 기준 56건, 1년에 680건이나 된다. 그러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상담소의 경우 상근직 상담자가 2~6명에 불과하다.

즉 상담소가 작은 곳은 상담사 1명당 1년에 더 많은 상담을 진행한단 얘기인데 한 상담소의 경우 상담사 1명이 한 달에 100건 이상의 업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상담사의 근무환경은 굉장히 열악하다. 이로 인한 잦은 퇴사, 신규 입사 등이 계속 번복, 장기근속자의 수가 줄어드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업무 과부하도 이들의 근무환경을 열악하게 하는 요소다. 상담사는 법적·상담·전문기관 연계 등의 피해 지원뿐만 아니라 행정 업무, 성폭력 예방 교육프로그램 운영·교육 강사 양성, 사회적 사안에서의 연대와 같은 외부 지원활동 업무도 수행한다. 개별 피해자에 대한 상담 기간은 약 석 달로 짧지만 법적 지원이 동반될 경우 최대 3년을 맡아야 한다. 상담사는 피해 사건의 최종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 업무를 수행하며 사건이 종결된 피해자에게 성폭력 피해가 재발하는 경우 기존 상담사가 같은 피해자에 대한 새 지원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불규칙한 업무 시공간도 이직률 상승의 원인이다.

상담소 팀장으로 5년째 재직 중인 A 씨는 “종사자 업무 시간이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로 고정됐지만 사고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긴급 상황이면 새벽에도 현장으로 간다. 가해자가 대전이 아닌 지역 사람이면 피해자 동행을 위한 출장도 나간다”라고 말했다.

인력 부족, 업무 불규칙성에 더해 낮은 임금 수준도 상담사가 공통으로 호소하는 어려움이다. 이에 다힘 등은 지속적인 피해자 지원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지원 재정확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정된 예산확보는 피해자 지원의 전반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상담사의 안정적인 직업 환경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급속한 미디어 환경변화와 함께 딥페이크, 영상 조작에 의한 성희롱 등 신종 디지털 성폭력 범죄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단순한 예산 확충을 넘어 플랫폼 특성, 법률·제도 교육을 통한 상담사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세영 수습기자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