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보증금 지원 방안 발표
채권자 없는 주택 우선 매수
피해자 “조건 까다로워 비현실적”

▲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법안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속보>=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경·공매 낙찰 전 매입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는 내용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전세사기 피해 발생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보증금 지원 방안인데 세입자 외 채권자가 없는 주택을 우선 매수한다는 조건이 담겨 근저당이 설정된 다가구주택 등 피해자는 여전히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본보 2023년 12월 6일자 6면 등 보도>

국토교통부는 10일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을 회수하기 위한 협의매수 방안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협의 매수하는 방식으로 세입자 외에 또다른 채권자가 없는 주택을 우선으로 한다. 채권자가 다수일 경우 채권자 간 조정 협의를 하고 이후 감정가 이내로 조정, 매입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협의매수도 쉽지 않을 경우 우선매수권을 통해 저리대출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내달 중 피해주택 매입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에 피해자는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사기가 발생한 주택은 대부분 채권자가 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대출금 상환을 앞두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 A 씨는 “대부분의 피해주택은 근저당에 잡혀 있어 정부의 방안은 현실적이지 않다.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주려는 건 알겠으나 채권자 있는 세입자는 계속 기다려야만 하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정부는 저금리와 무이자 등을 통해 지원해준다고 했는데 이마저도 조건과 기한이 있다. 또 은행을 방문해도 직원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끼리 물어보고 해결하는 상황이다”라고 답답해 했다.

다른 피해자 B 씨 역시 “방안이 발표되면 피해자는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지조차 정보를 얻지 못한다. 실질적으로 피해자한테 어떤식으로 적용될지 막연하게 찾아봐야 한다. 이래저래 나아진 부분없이 발만 묶여있다”라고 토로했다.

자치단체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정책 지원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빚지 않도록 체계를 구축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조만간 피해자들을 만나 정부 지원사업과 별도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전세사기 특별법이 개정되는 것에 맞춰 조례를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며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원스톱 지원 방식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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