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분야별 악성민원 대응방안 마련 나서
기존 보디캠 등 도입됐지만 사후대책 불과
일각선 사전예방 위한 법적 장치 마련 강조

사진= 연합뉴스(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연합뉴스(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정부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악성민원 근절을 위한 대응방안 마련에 나선다. 공무원 대상 악성민원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보디캠 등의 방안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해결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사후약방문이 아닌 사전 예방을 위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2일 공공부문 악성민원 사례·대응 방안 간담회를 열고 분야별 민원과 기관 대응 및 악성민원 사례 청취 후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최근 민원담당자에 대한 폭언·폭행, 징계요구, 민·형사상의 소송, 업무방해 목적 대량 민원 등 민원 담당 공무원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2019∼2023년 6월 정신질환에 따른 공무상 재해를 청구한 공무원은 총 1131명이다. 지나친 악성민원으로 인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극단 선택을 유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 씨는 “민원인이 분이 안 풀린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민원을 넣은 적이 있다. 한 건의 민원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전화를 통한 민원 응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성을 높이는데 어쩔 땐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라고 하소연했다.

악성민원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119구급대원 주취자 폭행도 비일비재하다. ‘2023년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119 구급대원 폭행 피해 현황은 287건. 이 중 충청권에서는 대전 2건, 세종 3건, 충남 6건, 충북 2건 등 모두 13건이다. 그러나 처벌은 대부분 벌금형에 머물고 있다.

지역의 한 소방 관계자는 “술에 취해 욕을 하거나 화를 내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위협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일이 잦기 때문에 대부분 그냥 참고 넘긴다. 주취자를 마주하는 게 제일 힘들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일각에서는 악성민원이 발생하기 이전의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경기도 등 일부 다른 시·도에서 민원인을 응대하는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휴대용 보호장비인 보디캠을 도입해 사후 법적 대응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사전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않고 있다.

대전의 한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버스·택시기사 폭행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후 보호격벽이 생겼는데 관공서는 이러한 근무환경에서도 이러한 보호장치조차 없다.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 개인이 악성민원에 대응하기는 힘들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악성민원 해결을 위한 법적 정비를 해 강력한 처벌 등을 해야 한다. 이후 지역에서는 이에 맞는 조례를 개정해 기관 차원에서 법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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