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2023년 기후특성 분석 보고서
연평균기온 역대 1위, 해수면도 뜨거워
강수 패턴도 ‘극과 극’ 집중호우 뚜렷

우리나라에서도 2023년은 역대 가장 뜨거운 해였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지구 평균기온은 14.98도로 산업화 이래 가장 높았는데 우리나라도 지난해 연평균기온이 역대 1위로 기록됐다. 해수면온도 역시 역대급이었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된 결과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짧아지는 겨울 길어지는 여름

16일 기상청이 내놓은 ‘2023년 연 기후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3.7도로 평년(12.5±0.2)보다 1.2도나 높았다. 기상관측망이 대폭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시점으로 삼는 1973년 이후 51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종전 가장 높았던 2016년(13.4도)보다 0.3도 높았다. 지난해 연평균 최고기온과 연평균 최저기온 역시 19.2도와 8.9도로 역대 1위였다.

월별로 보면 모두 9개 달(2∼9월, 12월)에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났고 특히 3월(평균기온 9.4도)과 9월(평균기온 22.6도)의 경우 평년 대비 각각 3.3도, 2.1도나 높아 연평균기온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6월(평균기온 22.3도)과 8월(평균기온 26.4도)에도 기온이 평년보다 0.9도, 1.3도 높았다.

여름 더위도 길게 이어졌다. 장마가 끝나고 7월 하순부터 9월 상순까지 52일간 단 하루를 빼고 모두 평년보다 기온이 높거나 비슷했다. 8월엔 태풍 카눈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상순 기온이 매우 높았다.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는 14.2일(역대 11위)로 평년 대비 3.2일 많았고 열대야일수(아침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는 8.2일(역대 12위)로 평년 대비 1.6일 많았다. 북태평양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동쪽에서 고기압성 흐름이 발달한 가운데 남풍계열의 따뜻한 바람이 자주 불어 기온이 높은 날이 많았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해수면온도도 높아

지난해 우리나라 해역의 해수면온도는 17.5도로 최근 10년(2014∼2023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10년 평균(17.1도)보다 0.4도 높은 수준이다. 9월에 우리나라 주변에서 폭넓게 자리한 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은 가운데 월평균 해수면온도가 25.5도로 다른 달에 비해 10년 대비 편차(+1.7도)가 가장 컸다. 유의파고는 1m로 최근 10년 평균(1.1m)보다 0.1m 낮았고 연중 최대파고는 10.9m로 최근 10년 평균(14.2m)보다 3.3m 낮았다.

 

◆뚜렷해지는 이상기후

지난해 우리나라 연강수량은 1746㎜로 평년(1193.2∼1440㎜) 대비 131.8% 수준을 보였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2003년(1882.8㎜)과 두 번째로 많이 내린 1998년(1776㎜)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강수일수(비가 내린 날)는 108.2일로 평년(1991∼2020년, 105.6일)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강수량이 역대급이었다는 건 집중호우 양상이 뚜렷해졌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일평균 강수강도는 16.1㎜로 평년(12.6㎜) 대비 3.5㎜나 많았다. 역대 1위 기록이다. 1시간 강수량이 30㎜이상인 날과 일강수량이 80㎜이상인 날도 각각 2.9일과 3.8일로 평년(1.9일, 2.4일)보다 많았다. 역대 2위 기록이다.

장마철 강수량도 기록적이었다. 지난해 강수 패턴을 보면 강수량이 많은 달과 적은 달 간 차이가 컸는데 장마철을 포함한 5∼7월에 강수가 집중됐고 12월에도 1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지난해 장마철(6월 26∼7월 26일)엔 정체전선이 발달한 가운데 전국 강수량이 660.2㎜를 기록,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고기압과 찬 고기압 사이에서 전선이 활성화되고 수증기를 다량 함유한 남서풍이 부는 환경에서 많은 비가 내렸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특히 12월(강수량 1028㎜)엔 평년 대비 3.8배나 많은 양의 비가 내려 12월 월간 강수량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해 지구는 산업화 이후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됐고 전 세계 곳곳에서 고온과 폭우 등 기상이변이 발생했던 해였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기후변화 추세 속에서 지난해 평균기온이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장마철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관측 이래 처음으로 남북을 관통한 태풍 등 경험해보지 못한 위험기상으로 인해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지난해 북서태평양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은 모두 17개(평년 25.1개)였는데 이 중 제6호 태풍 카눈 1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줘 8월 9∼10일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뿌렸다. 카눈은 북상 직전까지 뚜렷한 지향류(태풍의 이동경로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로 태풍 주변 상층 바람의 흐름을 의미함)가 없어 제트(Z)자형으로 이동했고 거제 부근에 상륙한 이후엔 우리나라 동쪽에서 발달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서 남풍계열의 지향류 영향을 받아 관측 이래 처음으로 한반도를 남쪽에서 북쪽으로 관통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연간 황사일수는 평년(6.6일)보다 5.2일이나 더 많은 11.8일이었다. 1973년 이래 다섯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봄철(3∼5월, 9.7일) 중국 북동부지방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고 기온이 높았던 가운데 이 지역에서 발생한 모래먼지가 북풍계열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됐다. 연간 황사일수 역대 1위는 2001년에 기록된 22.5일이고 2위는 2002년(14.1일)이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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