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열린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신년음악회에서 처용무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제공

우리 전통음악이 미디어아트와 만나 마침내 찬란하게 빛났다. 국악은 고루하다는 편견을 깨부수기라도 하듯 한시도 관객들을 지루할 틈 없게 만들었다. 한국무용, 민요, 궁중음악, 국가 행사에서 추던 무용, 판소리, 농악까지 그야말로 전통음악 종합 선물세트 같은 공연이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신년음악회 새해진연: 조선의 빛’ 공연이 지난 19일 진행됐다. 무대에선 기원의 춤 ‘한밭의 여명’, 염원의 노래 ‘지경다짐’, ‘경복궁타령’, ‘태평가’,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심금, 내 마음의 거문고 ‘도드리’, 사랑, 삿됨을 물리다 ‘처용무’, 광명 판소리 심청가 中 심봉사 눈 뜨는 대목, 빛의 향연 등이 펼쳐졌다.

사실 전통음악은 고루하다는 편견 탓에 졸음이 밀려올까봐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미디어아트와 만난 전통음악의 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공연 중간 객석에서 터져나오는 박수는 물론 ‘허이’, ‘얼쑤’ 하는 추임새와 민중의 삶과 애환을 담은 민요를 흥겹게 따라 부르기도 하는 관객들은 온전히 전통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또 공연 전반 해설사를 자처한 익살스러운 광대 2명이 인상 깊었다. 전통음악 공연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여서다. 광대들의 해설 덕에 ‘심금(心琴)을 울린다’는 표현에서 심금의 뜻이 거문고였다는 사실과 옛 선조들은 마음속에 자신만의 음악을 품고 살았다는 유익한 사실도 알게 됐다.

지난 19일 열린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신년음악회가 끝난 후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미디어아트체험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신년음악회가 끝난 후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미디어아트체험을 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연의 제목인 조선의 빛 미디어아트다. 도드리, 처용무와 같은 다소 정숙한 무대도 관객들이 즐길 정도로 흥미롭게 무대를 볼 수 있는 일등공신임에는 분명했다. 그렇지만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무대 위 예술가에게 집중하고 싶은데 무대 뒤 배경으로 깔린 미디어아트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특히 공연의 클라이막스인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에선 심봉사는 눈을 떴지만 반대로 관객들은 눈을 감았다.

평생 보지 못하다 눈 뜬 사람이 느끼는 세상의 빛이 얼마나 환한지 잘 느껴질 정도로 재밌는 연출이었으나 어두운 객석에 있는 관객들에겐 빛이 갑자기 너무도 환했고 다소 길었다. 빛의 잔상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꽤 오래 남았다.

신년음악회 새해진연: 조선의 빛은 미디어아트가 더해져 전통음악이 달성하기 쉽지 않은 전석매진이란 기염을 토하며 성료했다. 관객들은 그간 K-POP과 K-클래식에 가려져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국악을 이번 계기로 재발견했다.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전통음악이 언젠간 미디어아트 연출 없이도 고유의 매력만으로 찬란하게 빛날 수 있길 기대한다.

김고운 기자 kg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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