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원로 작가 작업 세계 조망
대전 위상 보여주는 콘텐츠 초점
“전시 공간 필요성 느끼는 계기 되길”

대전지역 원로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대전시립미술관은 3월 19일부터 5월 12일까지 지역미술조명사업의 일환으로 ‘한밭 비수리 1945: 가교’ 를 개최한다.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이 프로젝트는 지역원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해 대전의 위상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육성하고 나아가 전시 공간의 필요성을 어필하는 것이 목표다.

시립미술관은 대전 순우리말 지명인 ‘한밭’과 계족산을 의미하는 ‘비수리’의 뜻을 담은 전시를 열어 지역 미술의 위상을 보여주고 콘텐츠 강화에 나선다. 모두 3년에 걸쳐 실시될 지역미술조명사업의 첫 시작이기도 한 ‘한밭 비수리 1945: 가교’가 그것이다. 이 전시에선 대전을 대표하는 원로작가인 이동훈 화백을 중심으로 6명의 1세대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1세대 작가의 대표격인 이 화백은 평북 태천에서 태어나 평안북도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신의주 등지에서 교사로 재직하며 그림을 공부한 인물이다. 그는 1945년 대전에 내려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쳤다. 이 화백을 비롯한 1세대 미술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 미술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이는 이 화백의 영향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는 게 시립미술관의 설명이다.

특히 이 전시는 지역 미술사를 되짚어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현재 대전은 도시 규모에 비해 미술대학이 많은 도시 중 하나다. 전시에서는 원로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1945년부터 1960년대까지 서양화와 조각화 주류 작품과 본격적인 한국화가 시작되기 전 지역 미술사를 살펴볼 수 있다.

시립미술관의 이 도전은 원로 작가들의 작품을 접하기 쉽지 않았던 지역 미술계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대전미술협회 관계자는 “대전 미술 발전을 위해 진취적인 역할을 해온 1세대 작가들의 작품으로 지역 미술 변천과 역사를 살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원로·중견·청년 작가 등 다양한 연령을 아우르는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시립미술관은 전시가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관람객 유입을 높일 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제2시립미술관, 이종수미술관 설립 필요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바탕으로 지역 미술계에 수요를 충분하게 피력하겠다는 게 시립미술관의 복안이다. 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지역에 좋은 작품이 전시될 수 있는 미술관은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두 곳뿐”이라며 “전시에서 지역원로작가를 조망하며 관람객들에게 지역 미술을 알리고 전문미술관의 필요성을 확인해보는 밑바탕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김고운 기자 kg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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