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혁 물거품…거대 양당 담합
국힘 의지 없었고 민주 약속 안 지켜
‘위성정당’ 의석 쟁탈전 또다시 재현
제3지대 신당 등 발등에 불 떨어져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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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여야가 결국 선거제 개혁에서 한 발도 나가지 못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아예 의지가 없었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사표(死票)를 최소화해 민의를 최대한 수렴하고 이를 통해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좀 더 수월하게 함으로써 국회 토론문화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를 개편하자는 국민의 요구가 거셌지만 결론은 ‘현행 유지’로 굳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5일 5·18민주묘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제와 관련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결정의 책임을 국민의힘으로 돌렸다. ‘선거제 개혁을 위해 지난 총선 국면에서 병립형을 준연동형으로 바꿨는데 국힘이 위성정당을 창당해 준연동형 제도를 무력화시켰고 그래서 위성정당을 방지하겠다고 했는데 여당이 반대했다.

그래서 제3의 대안(권역별 비례제)을 제시했는데 여당이 또 반대했다. 그러면서 다시 원래(병립형)대로 돌아가자고 한다. 병립형은 과거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이니 안되고 준연동제는 불완전하지만 한 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이니 이거라도 유지하겠다.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순 없지 않느냐’는 거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반칙(위성정당)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에 대해서 사과드린다. 국민께 약속드렸던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그리고 결국 위성정당에 준하는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이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정권은 무능하고, 무도하고, 무책임해 민주주의와 평화, 맹싱과 경제가 위태로우니 ‘아름답게 지는 길’을 선택할 수는 없다는 게 이 대표의 결론이다.

직전 21대 총선 때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는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가운데 30석의 경우 지역구 선거 결과 및 정당 득표율을 함께 반영해 배분하는 제도다.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식이다. 나머지 17석은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동하지 않는 병립형으로 채운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활성화 한다는 취지로 더불어민주당과 소수 정당들이 선거제 개편안으로 도입했는데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인해 제도는 껍데기만 남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은 대단히 단순하고 선명하다. 왜냐하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병립형으로 국민의 민의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담한 것은 이 선거제가 하나의 정당도 아니고 하나의 사람(이재명 대표)의 마음에 달려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또 국힘 일각에선 “소수정당을 배려한다는 명분은 껍데기고 실제로는 의석 나눠 먹기, 의회 독재를 유지하겠다는 검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바판도 나왔다. 전주혜 국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준연동형 비례제를 폐지하면 위성정당 문제도 발생할 여지가 없다. 이런 간단·명료한 방법을 두고 연동형 제도를 고집하는 것은 낭비적이고 소모적이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위성정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이고 민주당도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 한 만큼 유권자들은 위성정당을 통한 의석수 최대화 쟁탈전을 이번 총선에서도 마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연동형 비례제를 기대했던 원내 군소정당들과 제3지대 신당 역시 선거제 유지에 따라 의석수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이합집산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기준·서울=강성대 기자 kstar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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