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부 일방통행…파업 나설 것”
전공의협회도 집단행동 동참 뜻 모아
보건의료노조, “대국민 협박 멈춰라”
정부, “파업 시 업무개시명령 발동”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관련 대한의사협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문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 증원 규모를 확정·발표하면서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이 물리적 행동으로 표출될 전망이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할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은 터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과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사단체의 집단행동 예고는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의견이 표출되고 있어 의사단체 입장에서도 상당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원회(보정심)를 열고 내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2006년부터 줄곧 동결돼 왔다.

의사단체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서울 용산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의 거듭된 제안에도 정부는 충분한 논의와 협의 없이 일방적인 정책만을 발표하고 있다”며 “의대 증원 강행 시 지난해 12월에 실시한 파업 찬반 전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즉각 공개하고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회도 집단행동에 뜻을 모았다. 대전협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140여 곳의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 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 시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응답 비율은 88.2%다.

앞서 지난 5일 의사단체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의사 10명 중 8명이 반대한다며 과학적인 방식의 수급 체계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이 회원 401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10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한 ‘의과대학 정원 및 관련 현안에 대한 의사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1.7%(3277명)가 의대 증원에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 의사 수가 이미 충분함이 49.9%로 가장 많았고 인구감소로 인한 의사 수요 감소(16.3%), 의료비용 증가 우려(15%),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14.4%) 등이 지목됐다.

의협이 대전·세종·충청·강원 지역 의사 57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78.6%(453명)가 의대 증원을 반대했으며 이 중 49.9%(226명)가 그 이유로 ‘의사 수 충분’을 꼽았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미래 의료수요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거친 과학적 수급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그러나 의협의 집단행동 예고에 대해 “명분 없는 억지”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의협의 집단행동 계획과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의협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집단 진료 거부까지 불사하겠다면서 대국민 협박을 하고 있다”며 “의사 수가 늘어나야 불법 의료를 막고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 의사 수 확대는 적정 인력 배치의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부는 의협과 28차례 의료현안협의체를 개최했고 현장 소통 33회, 지역별 의료 간담회 10회 등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의대 정원 규모에 합의하지 못한 이유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 고집해온 의협에 있다. 집단행동 계획을 철회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대화의 장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의사단체의 총파업 등 집단행동 예고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정부는 집단 진료 거부에 나선 의료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위반 의료기관에는 개설 취소, 폐쇄 명령까지 내릴 수 있으며 응급의료법, 공정거래법 등에 따른 처벌도 가능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정심 후 가진 의대 증원 규모 발표 브리핑에서 “의료인들이 환자 곁을 지켜주시길 바란다"면서 "만에 하나 불법적인 행동이 있다면 저희는 법에 부여된 의무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세영 기자 ks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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