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주 만에 과일값 등 상승
물가 비싸 못 사…낱개 구매도
상인, 명절 휴일 거의 없이 일해

▲ 명절을 코앞에 둔 지난 6일 오전 9시경 대전 중구 A 시장.

“과일값이 너무 올라서 낱개로 구매하는 분들이 많아요. 구매하는 분들은 다 비싸다고 하소연하고. 저도 며칠 전에 사과 구매하려다 1개에 1만 원이라고 해서 안 샀어요.”

설 대목을 앞둔 전통시장 상인과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불과 3주 만에 과일 가격이 더 오르면서다. 소비자는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이곳저곳 발품을 팔고 상인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쉬는 날도 없이 가게 문을 여는 분위기다.

명절을 코앞에 둔 지난 6일 오전 9시경 대전 중구 A 시장. 설 명절을 사흘 앞둔 시장은 부지런히 아침 장을 보러온 손님부터 평소보다 질서정연하게 물품을 구비한 상인까지 어딘가 들떠 있었다. 손님의 눈동자는 다양한 상품이 올라온 좌판을 구경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저마다 개성이 담긴 장바구니를 들고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두 어두웠다.

60대 B 씨는 “장을 보러 오긴 했는데 하나도 못 샀다. 비싸서 조금씩 먹어야지라는 생각뿐이다. 올 설에는 음식을 많이 못 할 것 같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 내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C 씨는 자영업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자신의 처지를 토로했다. 그는 “과일도 그렇고 채소도 그렇고 지난해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애호박은 지금 1개에 3000원이다. 원래는 2000원대였는데 앞자리 숫자가 바뀌니 부담이 좀 되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명절을 코앞에 둔 지난 6일 오전 9시경 대전 중구 A 시장.
명절을 코앞에 둔 지난 6일 오전 9시경 대전 중구 A 시장.

이들의 하소연은 허언이 아니다. 충분히 수치로 증명된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 등 가격은 지난해보다 올랐고 차례상 평균 비용도 지난 1월 대비 증가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1~2일 기준 설 차례상 평균 비용을 31만 6023원으로 집계했다. 이는 3주 전(1월 18~19일) 진행한 1차 조사 대비 5.1% 증가한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8.6% 올랐다. 가격 상승에는 과일(16.1%), 수산물(13.3%), 채소·임산물(4.9%) 등이 영향을 끼쳤다.

비싼 가격에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하는 소비자를 맞는 상인의 입장은 고달플 뿐이다.

시장 내 과일 가게에서 근무 중인 50대 D 씨는 “선물용으로 박스째 구매하는 분이 너무 비싸다고 한마디씩 하고 간다. 솔직히 판매자 입장에서 봐도 비싸다. 상인은 하나라도 더 팔아야 먹고사니까 어쩔 수 있나 한다. 물가도, 명절을 맞이하는 문화도 옛날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시장 내에서 15년째 분식집을 운영 중인 60대 E 씨는 “대목이라 이때 바짝 벌어야 한다. 직장인들은 다 쉬어도 가게 하는 사람들은 못 쉰다. 설 지나면 또 손님 뜸해지니까 설 당일만 쉬거나 아예 안 쉬는 분도 많다”라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글·사진=김세영 기자 ks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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