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경험 소방관 74% 치료 無
전문 트라우마 치료 개입 필요
“조직 문화·사회적 인식 개선돼야”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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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2명 중 1명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트라우마 경험자 중 70%는 관련 치료를 한 번도 받지 못해 소방 조직 내 관련 프로그램 마련과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성이 대두된다.

최근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과 한림화상재단이 지난해 5월 11∼31일 서울소방재난본부 소방관 1057명을 대상으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경험을 조사한 결과 업무로 인해 트라우마를 경험한 소방관은 45%(477명)로 나타났다. 이들 중 트라우마 치료해본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소방관은 74%(354명)나 됐다. 트라우마를 겪은 소방관 10명 중 7명이 치료를 못했다는 이야기인데 이들이 꼽은 PTSD 관련 키워드는 CPR(심폐소생술), 출동벨소리, 사고, 출근, 현장, 부상 등이다.

소방현장은 전문 트라우마 치료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사 응답자 65%(682명)가 소방 조직 내 트라우마 관련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느꼈으며 84%(883명)는 소방관 전문 트라우마 치료 개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소방노조는 전체 소방관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 안전 교육, 상담보다 위험 현장에 노출된 건수가 많은 소방관에 대한 집중 심리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권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 노조위원장은 “위험한 사건·사고 현장에 출동해 처참한 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이들에 대한 전문 상담 등이 있어야 한다. 전문 트라우마 치료 상담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받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소방관이 트라우마 치료를 받기 어렵게 하는 사회적 인식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소방관은 끔찍한 현장에 자주,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직업이다. 동료의 죽음을 접하거나 현장에서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소방관일수록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그러나 소방관은 ‘강해야 한다’는 조직 분위기와 트라우마를 정신질환으로 분류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감추는 경우가 많다. 트라우마 강도가 심할수록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등 부정적인 문제가 발생해 인식부터 개선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세영 기자 ks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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