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 졸업생 신분으로 참석했다가 퇴장당한 신민기 씨가 입을 열었다. 

지난 19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 졸업생 신분으로 참석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소리를 질러 퇴장당한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신 대변인은 이날 대전 서구 한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위 수여식 당일 저는 어떠한 위해도 가할 의도가 없었다. 경찰 조사의 부당함에 대응하고 강제적인 수단마저도 서슴지 않는 윤 정권을 심판하는 데 힘을 모으고 싶다"며 경찰 조사 배경으로 제기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 대변인은 "제가 한 행동이 어떤 것·누구에 대한 업무방해인지 궁금하다"며 "그것이 도저히 표현의 자유로 용납되지 않는 수준의 범법행위였는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학위 수여식 사태 이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불안감도 드러냈다. 

그는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업을 이어 나갈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경호원에게 제압당한 사건 때문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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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위 수여식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정부의 부자 감세와 R&D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피켓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학위 수여식에 참석했고, 계획대로 정부의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소리를 지르다 대통령경호처 경호원에게 제압당했다.

신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결심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단순히 정권의 피해자로 남기 위해 끌려간 것도 아니다. 녹색정의당 대전시당에서 활동하면서 올해 예산이 줄어들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많은 분들을 알게 됐다. 저와 비슷한 나이의 사회초년생 전세사기 피해자를 만났고, 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장애인 시설의 얘기를 들었다. 제 또래가 죽어갔던 세월호 참사, 그 기념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대전시)됐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이 정부의 예산 삭감이었고 그 출발점에 부자감세 기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또 "부자감세에는 여도 야도 없었다. 부자감세는 국회에서 인정한 적도 없는 밀실 합의로 논의가 되었고 R&D예산 복원이 논의될 때도 연구자들은 그 상세한 내용 하나도 알 수 없었다"며 "정부가 사과해야 하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도 책임을 져야 된다"고 주장했다.

녹색정의당 대전시당에 따르면 신 대변인에 대한 경찰 조사는 이르면 2주 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한국과학기술원(KAIST) 동문들이 지난 16일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축사 중 R&D 예산 복원을 요구하며 항의하던 졸업생을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입을 막고 강제로 퇴장시킨 시킨 것과 관련한 건을 고발하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한국과학기술원(KAIST) 동문들이 지난 16일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축사 중 R&D 예산 복원을 요구하며 항의하던 졸업생을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입을 막고 강제로 퇴장시킨 시킨 것과 관련한 건을 고발하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하고 있다.)

한편 카이스트 총학생회 측은 이에 대해 "과도한 대응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엄숙한 학위수여식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학위복을 입은 위장 경호원들에게 불과 찰나의 사이에 팔다리가 들린 채로 입을 틀어막히며 밖으로 끌려 나가는 장면을 본 학생들은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고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들의 권리가 존중되지 않고 짓밟힌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수호하기 위해 직접 발언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 측을 향해 "이번 사건의 경위 및 학교 차원의 대응에 대해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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