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 인터라켄

유럽에서 가장 높은 알프스산맥은 스위스,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 걸쳐 있는데, 최고봉인 몽블랑(Mont-Blanc: 4158m)은 프랑스의 샤모니(Chamonix)에서 올라가고, 스위스에서 최고봉인 융프라우봉(Jungfrau: 4158m)은 해발 1034m인 그린델발트(Grindelwald)에서 올라갈 수 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이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융프라우는 스위스의 수도 베른주와 발레주 사이에 있는 설산인데, 융프라우란 독일어로 ‘젊은(Jung) 여인(Frau)’이란 의미라고 한다. 융프라우는 2001년 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툰 호수
툰 호수

융프라우 관광은 계곡 입구에 있는 도시 인터라켄(Interlaken: 567m)에서 시작된다. 알프스산맥의 아이거, 융프라우, 묀히봉으로 둘러싸인 인터라켄은 알프스 계곡에서 흘러내린 빙하수가 모인 동쪽의 툰 호수(Thun)와 서쪽의 달리겐 호수(Darligen) 사이(Inter)에 있는 도시라 하여 생긴 지명이다. 주민 6000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융프라우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어서 일년 내내 세계 각국에서 융프라우를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도시여서 기념품숍·숙박업소·음식점이 많다. 우리 가족은 미국 디즈니랜드 성의 원형이라고 하는 독일 남부 도시 퓌센(Füssen)의 백조의 성(白鳥의 城)을 관람한 뒤 인터라켄에 도착했다.

인터라켄 동역사
인터라켄 동역사

인터라켄에는 유럽 각지의 철도와 연결되는 서역(West)과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산악열차 시발점인 동역(Ost)이 있는데, 동역과 서역은 도보로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유럽 각지에서 기차를 타고 온 여행객들은 인터라켄 서역에서 내린 뒤 동역에서 산악열차로 갈아타거나 서역을 지나 일반 철도의 마지막 역이자 산악열차 첫 환승역인 그린델발트(Grindelwald: 1034m: 동)나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 796m, 서)에서 산악열차로 갈아탈 수 있다. 또 근래에는 젊은이들이 그린덴발트의 상부인 휘르스트(2168m)에서 패러글라이딩이나 스키, 곤돌라 등 액티비티를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인터라켄의 중심에 있는 회에마테 공원이 패러글라이더들의 착륙지점이기도 하다.

동역
동역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관광객은 인터라켄 동역에서 산악열차를 타지만, 조금이라도 더 주변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그린델발트(동)나 라우터브르넨역(서)까지 들어가서 주변을 구경하고 이곳에서 숙박하거나 산악열차를 탄다. 우리 가족도 인터라켄의 기념품 숍에서 한동안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였던 다용도 군용 칼인 ‘맥가이버 칼’을 선물용으로 몇 개 샀다. 그런데 맥가이버칼은 다양한 기능과 크고 작은 제품이 30종류도 넘게 판매되고 있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인터라켄에서 쇼핑과 관광을 마치고 예약한 그린델발트의 호텔로 갔지만, 늦게 입실했다고 저녁 식사를 제공받지 못했다. 인터라켄에서 30분 정도 알프스 계곡으로 들어간 그린덴발트는 만년설 계곡이어서 매우 음산하고 추웠다. 음식점도 문을 닫아서 피자를 주문했지만, 배달된 피자는 우리의 시골 어느 싸구려 피자집에서 만든 것만도 못했다. 딱딱하고 맛이 없고, 객실에는 데워먹을 전자레인지도 없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비상식량으로 갖고 간 햇반과 컵라면으로 늦은 식사를 대신했다.

툰 호수 산책로
툰 호수 산책로

인터라켄 동역에서 산꼭대기인 융프라우요흐까지 산악 철로로 약 9.3㎞에 불과하지만, 가파르고 험준한 산악을 세 번에 걸쳐 열차를 환승하여 올라간다. 산악열차는 여름철과 겨울철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아침 6시 35분에 첫차가 출발하고 13시 5분에 막차가 출발한다. 융프라우요흐에도 호텔이 있지만, 매우 비싸고 또 숙박시설도 부족해서 대부분 오후 4시 43분에 출발하는 하행열차를 타고 내려온다. 오늘날 관광객은 만년설로 뒤덮인 해발 3000m가 넘는 알프스 산꼭대기까지 열차에 앉아서 편안하게 올라갈 수 있지만, 알프스 산악열차는 부존자원이 없는 스위스인들이 험준한 산과 만년설을 유일한 관광자원으로 삼고 생존을 위하여 몸부림친 눈물겨운 결정(結晶)이다. 즉 스위스인들은 1896년부터 1912년까지 16년 동안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바위를 깨고 터널을 뚫는 난공사 끝에 산악열차 궤도를 놓아서 산악열차 요금은 왕복 티켓이 210.8 스위스프랑(한국 돈 약 30만 원)이다. 편도 티켓만 팔기도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라면 자연을 훼손한다고 산악열차의 선로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설치에도 반대가 많았겠지만, 이렇게 자연을 개척하여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노력이 부럽다.

빙하수
빙하수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은 융프라우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일반열차 종착역이자 산악열차 첫 환승역인 그린델발트역(동)이나 라우터브루넨 역(서)에서 먼발치로 눈요기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만일 융프라우에서 등산이나 스키, 패러글라이딩 등을 즐기기 위하여 2~3일간 머문다면 스위스 패스를 적극 추천한다. 한 푼이라도 절약한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버스나 기차역 창구에서 표를 살 때 겪는 언어소통의 불편, 줄을 지어 기다리는 시간 등을 절약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유레일패스는 스위스는 물론 유럽 전 지역에서 열차와 트램, 지하철 등을 이용할 수 있고, 스위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패스도 스위스 트래블 패스, 스위스 트래블 패스 플렉시, 스위스 반액 카드 등 다양하다. 융프라우에서 트램, 일반 철도, 산악열차, 빙하 특급관광열차 등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으며 3일권, 4일권, 15일권 등이 있다. 그중 스위스 트래블 패스 플렉시는 한번 사용을 시작하면 연속해서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16세 미만 동반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스위스 반액 카드는 기차, 버스, 유람선, 산악열차 등을 50% 할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고, 자유이용권과 같은 ‘융프라우 VIP 패스’는 융프라우 산악열차나 곤돌라, 패러글라이딩 등은 물론 숙소·음식점 등까지 패키지로 이용할 수 있다. 패스는 현지 공항이나 철도역에서 여권과 함께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살 수 있지만, 국내에서도 출국하기 전에 판매대행사 홈페이지에서 30%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인터라켄에서 본 융프라우
인터라켄에서 본 융프라우
인터라켄 시내
인터라켄 시내
민박촌
민박촌
맥가이버칼 숍
맥가이버칼 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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