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전통나래관 ‘우리 동네에 신이 산다’ 전
민간신앙은 생활공동체 믿음이자 축제
神·人·巫 마을산신제 무형문화재 굿 등 조명

▲ 장동산디마을 탑제.

인간 삶은 불안의 연속이다. 스스로 불행하다 느끼는 이가 많아진 것도 어쩌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함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우리 조상들은 근심과 걱정을 이겨내기 위해 그들 가까이 있던 신에게 간절한 마음을 담아 빌었다. 과학이 발달한 요즘 허무맹랑해 보일지 몰라도 위약효과란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 동네에 신이 산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대전전통나래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조상들이 안녕과 평안을 위해 의지한 민간·무속신앙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대전무형문화재 앉은굿(설경) 송선자 보유자의 작품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다.
대전무형문화재 앉은굿(설경) 송선자 보유자의 작품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에게 신이란 어디에나 있고 어느 곳에도 없는 존재였다. 산신(山神)이나 해신(海神) 등 자연물을 대상으로 한 신이나 마을 어귀에 우뚝 서 있는 장승과 솟대 같은 마을을 지키는 동신 (洞神), 가정의 길흉화복과 가족의 수명장수를 관장하는 안방의 조상신과 삼신, 마루 성주신, 부엌 조왕신, 뒤꼍의 택지신과 재신, 대문의 수문신, 뒷간의 측신, 우물의 용신 등 집 곳곳에 숨어있는 가신(家神)들까지. 그야말로 신과 함께하는 생활이었다. 조상들은 가정과 마을을 보살피는 수호신께 함께 치성드리며 마을 공동체 내 결속을 다지기도 했다. 그러므로 민간신앙은 종교라기보다는 생활공동체의 믿음이자 축제라 보는 편이 맞을 지 모르겠다. 대전무형문화재로 선정된 무수동산신제, 장동산디마을탑제, 유천동산신제는 매년마다 열려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빌고 있다. 전시를 감상하던 A(30·여) 씨는 “마을에 살며 제사를 이어오고 있는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뒷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 흥미롭고 QR코드를 통해 직접 가보지 않아도 산신제 현장을 볼 수 있어 생동감있다”며 “우리나라에 신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웃었다.

소원의 벽에는 대전시민들의 소원이 빼곡히 걸려있다.
소원의 벽에는 대전시민들의 소원이 빼곡히 걸려있다.

신을 불러 인간의 문제를 풀어내는 굿도 우리 조상들과 뗄 수 없었다. 양반의 고장답게 앉아서하는 앉은굿을 통해 집안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거나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도 했다. 굿은 조상들에게는 인간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의례 중 하나라 볼 수 있었다. 전시장에는 굿을 하는 장소에 종이를 오려 각종 신의 형상을 설치한 설경(說經) 무형문화재 송선자 보유자의 작품을 통해 무속신앙만이 가지는 영험한(?) 기운도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장을 나오자 소원의 벽엔 건강기원, 시험합격 기원 등 관람객 저마다 소망을 적은 소원지가 빼곡히 걸려있었다. 혹여 떨어질까봐 여러 번 꽁꽁 묶어 둔 것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B(32·여) 씨는 “어른들께서 액막이 북어를 천장에 매달아 놓곤 하는 걸 본적이 있어 나도 나쁜 운을 막으려 액막이 인형을 걸어본 적이 있다”며 “희망하는 바가 이뤄져 액막이 인형을 걸어둘 일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렇게 시민들이 두고 간 소원은 24일 정월대보름 장동산디마을탑제에서 태워 축원을 빌 예정이다. 소원이 정말 이뤄질지는 믿거나 말거나다.

‘우리 동네에 신이 산다’는 오는 5월 26일까지 이어진다.

글·사진=김고운 기자 kg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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