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화원 2024 정월대보름제
둥근 보름달에 빌어보는 소원
지신밟기 행렬 통해 평화 기원

▲ 온천2동 주민들이 올 한해 소망을 적은 청사초롱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 한해 가장 둥근 보름달이 뜨는 24일(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두고 대전 한복판에서 흥겨운 축제가 펼쳐졌다. 지난 23일 대전 유성구청 벽천 분수 앞에서 펼쳐진 2024 대전유성문화원 정월대보름제 현장을 찾았다.

정월대보름에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속설 때문일까. 둥근 달처럼 풍요로운 한해가 되길 소망하는 구민들이 구름떼처럼 모였다. 행사장에는 한해 소원을 기원하는 청사초롱체험, 소원엽서쓰기, 각종 전통놀이가 한창이다. 동심으로 돌아간 어른들, 요즘 애들들까지 연령·성별을 초월했다. 할머니 손을 잡고 따라나온 박혜진(14) 양은 “할머니 댁에서 오곡밥과 나물을 먹고 나왔다”며 “이 행사를 계기로 전통 풍습을 알 수 있어 흥미롭다”며 웃었다.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어른들은 저마다의 소망을 청사초롱에 한 자씩 적어본다. 추운 날씨 속 청사초롱을 들고 삼삼오오 모인 이웃들 사이에선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이웃들과 함께 올해 소망을 이야기 하던 박금숙(59·여) 씨는 “청사초롱에 적은 올해 소원인 건강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행사에 참여하는 즐겁지만 이웃들을 응원하고 구경하기만 해도 어린 시절이 새록새록 생각난다”고 말했다.

박 씨의 열띤 응원 속에서 주민 결속을 다지기 위한 단체 줄넘기 행사가 이어진다. 옛 선조들이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살던 농경사회에선 한 해 풍년을 위해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날 행사에선 유성구 13개 동 주민들이 팀을 이뤄 결속을 다졌다. ‘하나! 둘!’ 힘찬 구령이 들려온다. 야속하게도 발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어도 함께 하니 마냥 즐겁다. 신성동주민자치회 A(60·여) 씨는 “오랜만에 하는 단체 줄넘기에 어린 시절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회원들과 함께한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단합 줄넘기의 열기를 이어받아 ‘덩덕 쿵 덕쿵~’하는 유성풍물연합회의 흥겨운 장단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다. 빨라지는 장단에 맞춰 시민들의 어깨도 신나게 들썩인다. 한바탕 풍물놀이와 함께 한쪽에서 지신밟기가 한창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지신(地神)이 심술을 부리면 가정이 편치 않다고 해서 터를 밟으며 신에게 풍물패 농악소리와 음식을 바치는 것으로 신을 위로하거나 심술을 달랬단다. 구청 벽천분수 앞에서 시작된 시민들의 지신밟기는 유성문화원까지 거리행렬로 무대를 옮겼다. 이렇게 터를 밟고 나면 가족의 수명과 건강을 지켜준다고 하니 정말 믿거나 말거나다. 대열에 함께한 온천2동주민자치회장 윤희노(64·여) 씨는 “올 한해 모두 건강하고 농사가 풍년이 되면 좋겠다”며 “구민 모두 건강하자”며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풍물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풍물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유성구 13개 동 주민들이 모여 결속을 다지고 있다.
유성구 13개 동 주민들이 모여 결속을 다지고 있다.

글·사진=김고운 기자 kg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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