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의료대란이 악화일로다. 중한 병증을 방치하고 있으니 시간이 독이 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상급종합병원의 과부하는 고스란히 2차 병원으로 전이되고 병원 ‘뺑뺑이’가 속출하고 있으며 수술 일정 연기도 부지기수다. 악성 도미노다. 병 고치려 찾은 곳에서 마음의 병까지 얻고 있는 국민은 분통 터진다. 개중에는 사선을 오간 이들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속수무책인 불확실성 앞에선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 대관절 국민은 무슨 죄인가.

작금의 의료대란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서 비롯됐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22일 현재 주요 94개 병원에서 8897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소속 전공의의 78.5%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69.4%인 7863명이며 이 중 5976명이 정부의 업무 복귀 명령에 불응했다. 이 같은 전공의 대거 이탈이 의료공백의 꼭짓점이다.

몇 차례 겪어본 작용반작용인데 이번엔 결이 다르다. 면허정지, 구속수사라는 정부의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이 결기를 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브레이크 없는 전차 간 치킨게임 같아 보인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공표한 정부는 23일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상향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했다. 감염병이 아닌 보건의료 위기로 인해 재난경보가 심각 단계에 이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증·응급진료의 핵심인 상급병원에서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 수준인데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가 70%를 넘었으니 보통 위기가 아니다. 적신호는 또 있다. 충남대병원 신입 인턴 60명과 건양대병원 신입 인턴 30명이 임용포기서를 제출하는 등 전국의 인턴들이 전공의와 뜻을 같이하고 있는데 더해 의료공백을 메우는 허리로 전공의 3명 몫을 한다는 전임의들마저 병원과 헤어질 조짐이라고 한다.

이대로라면 파국은 시간문제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여론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시간 생명과 건강을 볼모 삼도록 용인한 건 아니다. 추진력은 높이 살만하나 대처 능력에 대한 인내심은 길지 않다. 의사들도 국민이 수긍할만한 증원 반대 명분이 아니고선 본분을 다하지 않는 데 따른 비난을 모면할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신뢰가 손상되면 감응력은 감퇴하기 마련이다.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일각에선 향후 일주일에서 열흘을 고비로 보기도 한다. 이는 양극단에 선 정부와 의료계에 주어진 시간일 수 있다. 의사 수와 관련한 국민의 바람과 뜻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지적 능력과 이성적 판단력에 묻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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