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전 대전문인협회장

오늘 아내한테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방금 통장으로 행복을 송금했어요. 힘들 때 인출해서 쓰세요. 비밀번호는 당신의 웃음인데 잊지는 않으셨지요.’ 이 문자를 받으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행복하다. 아침 이슬에 젖은 꽃처럼 화사하고 푸른 미소, 입술을 일렁일 때마다 솔솔 풍기는 웃음 향기가 나를 행복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아침엔 환한 미소로, 낮엔 활기찬 열정으로, 저녁엔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도 멋진 하루 보내세요.’ 지인에게서 온 문자이다. 눈꽃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그의 웃음이 메시지 속에 녹아 있다. 웃음으로 뿜어내는 일상의 작은 모습들이 녹아 있다. 내 곁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친구도 문자를 보냈다.

‘시계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오늘 하루 후회보단 만족하는 하루 만드시길.’ 이 내용은 또 어떤가? 친구가 고맙다. 이 친구한테서는 라일락향이 난다.

그렇다. 나를 웃게 하는 것들로 하여 오늘 하루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주위에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나는 문자를 받거나, 카톡을 받거나, 책을 받거나, 편지를 받거나 하면 곧바로 답을 한다. 나이 구십이 된 어르신도 행복한 삶이란 자신한테 전화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먼저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해주는 그런 덕을 베풀면서 사는 사람이고 싶다. 구십이 되어 안부 전화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을 일이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어디선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가슴을 짜릿하게 해주는 일이다. 날마다 보고 싶고, 부르고 싶고, 늘 함께 있어도 더 함께 있고 싶은, 평생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힘들어도 견뎌내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가수 이자연이 부른 ‘당신의 의미’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당신, 사랑하는 내 당신, 당신 없는 이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렇다. 당신 없는 이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명이 없는 찐빵이다.

그렇다. '자신의 인생에도 무지개가 뜰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남은 기간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는 삶은 좋은 삶이다. 그러니 신축성 없는 마분지 같은 얼굴이 찾아와 놀다 가고 싶어도 얼씬 못한다.

“내 힘들다”를 거꾸로 읽어보자. ‘다들 힘내.’가 된다. 얼마나 긍정적인 말인가? 놋대야처럼 무거운 시름도 모두 사라진다. 간밤의 고단함으로 하여 기미처럼 눈 밑에 퍼져 있던 것들을 모조리 씻어낸다.

생각이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세상이 바뀌면 내 건강도 좋아진다. 건강이 좋아지면 살맛이 난다.

‘내가 새라면 당신께 하늘을 주고, 꽃이라면 향기를 주겠지만, 난 인간이기에 당신께 사랑밖에는 줄 것이 없다.’는 말을 늘 가슴에 지니고 살 일이다. 고마움을 고마움으로만 그치지 말고, 고마운 마음을 더 나은 삶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절실한 요즘이다. 마냥 푸르게 기억되는 지인들의 음성 속에서 나는 행복하고 싶다.

나는 당신이 있어 이 세상이 너무 행복하고, 가슴이 벅차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살 것이다.

세상은 정말 살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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