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관북리유적서 목탄과 함께 발견
문화재청, 백제 멸망 당시 상황 추정

▲ 부여 관북리유적 수혈유구에서 발견된 칠피갑옷.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부여 관북리유적 백제 사비기 왕궁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지의 유물 폐기층과 수혈유구에서 칠피갑옷을 발굴했다고 27일 밝혔다. 칠피갑옷은 옻칠된 가죽을 연결해 만든 갑옷을 뜻한다.

1982년부터 관북리유적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왕궁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지를 확인한 데 이어 최근 이곳의 유물폐기층과 30m 범위 내 6개의 수혈유구에서 칠피갑옷을 발굴했다. 처음엔 매우 얇은 조각 일부만 노출돼 갑옷으로 단정할 수 없었지만 발굴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유물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면서 겹겹이 쌓인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사각형의 미늘과 각각의 미늘을 연결했던 원형의 구멍을 확인했으며 출토 조각의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 옻을 칠한 갑옷임을 확인했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부여 관북리유적 수혈유구에서 발견된 칠피갑옷. 문화재청 제공
부여 관북리유적 수혈유구에서 발견된 칠피갑옷. 문화재청 제공

2호 수혈유구 주변의 기와폐기층에선 말 안장 부속품 중 발 받침대인 등자가 출토됐고 3호 수혈유구에서는 말의 아래턱 뼈로 추정되는 동물유체가 확인됐다. 이 같은 주변 출토유물 상황과 갑옷의 형태를 감안하면 2호 수혈유구에서 출토된 갑옷은 말갑옷(馬甲)으로 추정된다고 문화재청은 덧붙였다.

백제시대 문화층에서 칠피갑옷이 출토된 건 공주 공산성(2011년) 이래 부여 관북리유적이 두 번째다. 관북리유적과 공주 공산성 칠피갑옷 모두 발견 당시 주변에 폐기된 다량의 유물과 불에 탄 목탄이 함께 출토됐는데 이것은 백제 멸망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사회 상황의 일면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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