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0일 실시되는 22대 총선을 불과 40여 일 앞둔 가운데 여야가 선거구 획정도 하지 못하고 줄다리기만 계속하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여야 각당이 공천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면서도 정작 선거구 획정은 하지 못하는 파행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심스런 일이 이번 총선에서도 재현되면서 이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야는 27일에도 선거구 획정을 놓고 자기 주장만 계속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전북 지역구 의석수 10석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1석 줄이자고 제안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나서 의원정수를 현행 300석에서 301석으로 늘리는 중재안까지 내놨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당은 서울과 강원 등 8개 선거구를 구역 조정 없이 현행대로 유지하는 4개 특례구역에 잠정 합의했지만 각자의 ‘텃밭’인 전북과 부산 의석 수 조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양측 모두 자당에 유리한 쪽으로 선거구를 획정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려고 하고 있지만 막판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2월 처리가 불확실해졌다. 2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3월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을 선거일 1년 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선거구 획정은 지난해 4월 10일 이전에 마쳤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를 방치했다. 이를 보다 못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는 지난해 12월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3개월 가까이 치킨게임만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제 때에 한 적은 거의 없다. 17대 총선은 선거 37일 전, 18대는 47일 전, 19대는 44일 전, 20대는 42일 전, 21대는 39일 전에야 겨우 처리했다. 이번에도 늑장을 부리고 있는데 2월 처리가 불발되면 역대 최장 ‘지각’ 획정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여야가 총선일이 다가오면서 공천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면서 정작 선거구는 획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선거구도 획정하지 못하면서 공천자를 발표하는 것은 순서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이렇게 매번 총선 때마다 반복하는 구태를 바꾸는 것이 정치 개혁이다. 정치권 스스로 바꾸기 어렵다면 제도적으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선거구를 일정 시한까지 획정하지 못하면 선관위 획정위가 제출한 획정안을 그대로 확정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