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협서정문학연구위원

겨울의 끝머리. 꽁꽁 얼어 올 것 같지 않던 봄도 오긴 오는가 보다. 우수가 지났다. 우수(雨水)는 눈이 비가 되어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뜻으로 날씨가 많이 풀려 봄기운이 도는 시기이다. 날씨가 풀리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새싹이 날 때이다. 이 절기에 기러기들은 북으로 가며, 초목은 움이 튼다. 옛날부터 ‘우수 경칩이 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말이 있다. 한파와 냉기가 점차 사라지며 겨울의 마무리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수가 돼도 아침 기온이 영하 5도 아래로 떨어지는 추위가 계속되거나 눈이 쏟아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요즘이 그렇게 어수선한 날씨다. 그래도 꽃이 열리는 나무에 겨울눈이 생기며 얼었던 땅이 녹는 등 봄으로 서서히 접어들기 때문에 겨울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 경칩(驚蟄)은 ‘驚(놀랄 경), 蟄(숨을 칩)’으로 겨울잠을 자던 미물들이 깨어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올해는 3월 5일이다. 날씨가 따뜻해져 온갖 종류의 초목에서 싹이 트기 시작한다. 이때쯤 흙일을 하면 1년 내내 탈이 없다고 하여 갈라지거나 파여 구멍 난 벽을 바르기도 하였다. 만물이 약동하며 새로운 생명이 돋아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칩 전후로 본격적인 봄이 시작된다. 그러나 꽃샘추위가 찾아와 들쑥날쑥 쌀쌀한 날씨를 보이기도 한다. 예전엔 보리 새싹의 성장을 관찰해보고 여름 농사의 풍흉을 예측했다. 이 시기에 중요한 건 화재 예방이다, ‘봄불은 표시도 없이 탄다’라는 말이 있듯이 화재는 무서운 것이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경칩에는 냉이, 달래, 쑥 등 햇나물을 먹으면서 칼슘, 비타민, 섬유질을 보충했으며 단풍이나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마시기도 했었다. 경칩 때의 나무 수액은 약 효능이 뛰어나 약으로 마신 것이다. 또 이 시기를 전후해서 강수량이 늘어난다. 젊은이들은 가을에 주운 은행을 이날까지 간직했다가 잘 구워서 함께 까서 먹고 은행나무 주변에서 사랑을 확인하기도 했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서로 가까이 붙어야만 열매를 맺는 데에서 유래한 상징적인 의미이다.

본격적으로 날씨가 온난해지고 외부 활동에도 큰 문제가 없는 시점이 경칩 전후인 만큼 실외에서 진행하는 스포츠 경기의 시즌이 이즈음부터 개막한다. 이렇게 좋은 시절이 시작되는 밝은 시기인데 세상사는 요란하기만 하다. 지구촌을 뒤덮는 이상기후가 인류를 위협한다. 각 나라에서는 역량과 지혜를 모아 친환경적인 지구 만들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지적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등 안타깝고 비극적인 살상의 암울한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다. 빠르게 전쟁이 종료되고 평화를 되찾기 위해 당사국은 물론이고 관련 주변국들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따른 세계정세의 여파로 국내에서도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 소비가 얼어붙어 가계는 위태롭기만 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가와 국민이 비상한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젊은이가 결혼을 해야 아기를 낳고 아기를 많이 낳아 잘 키워야 민족의 미래 번영이 약속될진대, 현실은 삭막하여 짝을 이루지 않으니 이 또 크나큰 문제로 한민족의 운명과 사활을 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동은 길었다. 숱한 크고 작은 일들이 부침하며 지나갔다. 국민은 바란다.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 편에서 국민을 위해 정치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파나 당색을 원하지 않는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끝없는 봉공(奉公)을 바랄 뿐이다. 올봄은 제22대 총선이 있어 치열한 선거전이 전개되는 선거의 계절이다. 부정부패 없이 청렴하고 올바른 선량들이 뽑혀 국민을 위해 오로지 헌신하기를 바랄 뿐이다. 꽃샘바람인가. 요즘 의료대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를 겨우 넘기고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국민 건강에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전문 의료공백이 일어나는 심각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모든 국민은 건강해야 한다. 정부와 의협이 노력하여 잘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역사다. 부끄럼 없는 날이 되도록 각자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럼에도 우리는 극복할 것이다. 어떠한 난관도 이겨내고 찬연한 역사를 지켜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 온 한민족이 아니던가. 새봄, 새로운 각오와 옳고 바른 합리적 실행으로 모두가 밝고 환한 봄맞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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