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문학평론가

‘만다라’와 ‘눈물의 골짜기’의 작가 김성동이 우리 곁을 떠난 것은 2022년 9월 25일이었다. 그가 만년에 돌아오고자 하던 제2의 고향 대전이 아닌 충주에서, 향년 75세로 입적했다. 그는 충남 보령 출신이지만 어려서 대전으로 이사해 서대전초등학교와 삼육중학교를 다녔다. 또 경성콤그룹의 일원으로 대전·충남 야체이카로 활동하다 예비검속으로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던 그의 부친이 눈물의 골짜기인 산내 뼈잿골에서 학살당한 아픔을 가슴에 품은 채 ‘만다라’ 이후 한동안 산내 구도리에서 살았으니 그에게 대전은 고향이나 진배없다.

김성동의 유품은 그의 유언대로 대전시에 기증되었다. 그의 서책과 그 선조의 유품은 2023년 7월 8일 충주를 떠나 그가 그리워하던 대전으로 돌아왔다. 대전근현대사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진 그의 유품은, 2024년 말경 대전 제2문학관이 건립된 후 별도의 공간에 비치되고, 그의 선조들의 귀중한 유품들은 고증을 거쳐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2023년 9월 23일 토요일 낮 12시, 김성동 작가를 기리는 1주기 추모식이 고인의 묘소인 충북 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산 62-1번지에서 열렸다. 이 장지는 충주의 ‘고루살이’ 모임 대표인 임종헌 한의사가 고인의 유택(幽宅)으로 자신의 산 일부를 제공해서 마련한 곳이다. 1주기 추모식이 열린 장지에는 ‘함께 간직한 기억은 역사에 새로운 길을 냅니다’라고 적힌 펼침막 아래, 글지(작가의 순우리말) 김성동을 기리는 마음을 이철수 판화가의 글씨로 새긴 ‘슬프고 막막한 사람들도 고루 잘사는 고루살이 꿈꾸고 우리말 우리글 갈고 닦아 밤하늘에 별같은 분들 빛내어 드리던 글지 김성동’이 적힌 둥근 비석을 세우고, 상석 앞에 소박한 제사상을 차렸다.

1주기 추모식에 함께한 도서출판 ‘작은숲’의 강봉구 사장은 김성동의 유고 신작 ‘미륵뫼를찾아서’를 2024년 봄에 출간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신작은 700여 쪽의 대작으로, 양평의 미륵뫼(용문산)를 중심으로 펼친, 모든 사람이 고르게 잘 사는 ‘고루살이’의 오랜 겨레꿈 이야기를 담았으며, 표지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작업에, 컴맹인 김성동 작가의 페이스북을 개설해서 그의 ‘미륵뫼 역사 에세이’를 파일로 옮겨 공개한 윤형로 양평경실련 대표와 이를 인테넷에 널리 소통시킨 하현주 민족문제연구소 양평지회장의 역할이 컸다.

윤형로 대표는 김성동의 양평 시절 마음을 나눈 단짝으로, 김성동의 장례식에서 작가의 누님과 함께 상주를 자청하며 장례식 내내 함께했다. 윤 대표는 또 유튜브 ‘김성동의 주묵’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김성동의 장례미사를 집전했던 김인국 신부는 주묵(朱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주묵이란 붉은 빛깔의 먹을 가리키지만 검은 먹으로 쓴 기록을 붉은 먹으로 새롭게 고쳐 쓴다는 말이다. 선생의 말과 글은 하나같이 지배자 중심의 역사를 민서(民庶) 중심의 역사로 새로 쓰고 싶었던 주묵의 결실이었다.” 김성동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고은 시인의 조시(弔詩) ‘김성동을 곡함’으로 달래보자. 조시 첫 부분이다. “내 뒷 스승 김성동을 곡하나니/ 앞스승 결코 두지 않은/ 오직 한 분이신/ 술에 지는/ 술에 지는 김성동을 곡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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