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신주형

현 시대의 클래식 음악은 여러 장르가 있고 다양한 협업이 이루어진다. 다양성이 중요하고 새로운 퓨전음악의 창조적 가치 또한 크다.

누구나 다 아는 음악 ‘넬라 판타지아’는 수많은 방송에서 여러 가수가 노래했으며 필자 또한 많은 공연에서 부르는 공연 불패, 효과 불패의 노래이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 입장으로는 간혹 관객이 지겨워하면 어쩌나 고민이 될 때도 있으나, 그건 그저 공연자의 생각일 뿐이며 언제나 효과만점이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고 모두가 좋아하는 성악곡이 될 수 있었을까?

넬라 판타지아의 원곡은 ‘가브리엘 오보에(Gabriel’s Oboe)’라는 제목으로, 1986년 칸영화제 대상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미션’에 삽입된 음악이다. 남미로 갔었던 선교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이야기인데, 선교사 가브리엘이 자신을 죽이러 온 원시 부족민들에게 관악기인 오보에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주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장면에서 삽입된다.

음악이 주는 힘이 얼마나 강렬한지 따뜻하고 슬프며 성스럽고 고귀해 보이는 효과까지 내준다. 영화상에서 말도 안 통하고 경계심이 가득했던 부족민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음악이었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영화가 개봉된 이후 유명한 크로스오버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작곡자에게 수통의 편지를 보내면서, 이 아름다운 음악에 가사를 넣고 노래로 부를 수 있도록 허락해주기를 간곡히 부탁했다. 그렇게 몇 년, 어렵게 허락받고 탄생한 곡이 넬라 판타지아다.
영화음악의 대가 이탈리아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음악과 이탈리아 작사가 끼아라 페라우(Chiara Ferraù)의 작사로 완성되었으니 가사는 당연히 이탈리아어이다.

‘Fantasia 판타지아’라고 하면 ‘공상, 상상, 환상’이라는 뜻의 판타지가 연상되지 않는가? 넬라 판타지아는 ‘환상 속에서’라는 뜻이다.

제목이 굉장히 몽환적이다. 음악을 가만히 듣다 보면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진다. 숨도 편안해지고 눈빛 또한 선해지는 느낌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 분위기 또한 자아낸다. 음악과 분위기로 그 내용과 의미를 다 전달해 주는 진정한 명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기분 좋은 환상 속으로 빠지게 되는 곡. 음악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히 파악되는 곡. 귀에 익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버전으로 폭넓게 즐길 수 있는 명곡.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환상 속에서 꿈꾸는 세상임에 조금은 슬플지도 모르는 곡. 기도하듯 잠시 눈을 감고 각자가 소망하는 행복한 세상을 상상하며 음악을 온전히 느껴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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