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최근에 와서 백세시대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2023년 OECD 보건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 수명은 83.6년으로 OECD 국가 평균 수명 80.3년보다 높다. 그런데 한국인의 평균 건강 수명은 73.1년이다. 이 수치의 의미는 10년 이상을 가족이나 병원의 도움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 사회복지 분야의 발전은 사람의 기대 수명을 더욱더 연장시킬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건강 수명이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점을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십대 후반에 한 학교의 교장으로 근무했었다. 그때, 선생님들 사이에서 매주 일요일에 등산하는 동호회에 가입해서 함께 다녔다. 처음 가는 날이 지금도 잊히지 않으며 그날이 오늘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전환점이 된 날이었다. 그날 등산계획은 공주군 반포면 상신리에서 금잔디 고개를 거쳐 삼불봉을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상신리에서 금잔디 고개를 오르는 길이 약간의 경사가 있었다. 그런데 나는 숨이 가쁘고 심장이 터질듯한 느낌을 받았다. 참으면서 걷는데 함께 가던 동료들이 내 모습을 보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나는 쉬면서라도 꼭 오르겠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가기로 마음먹고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즈음에 나는 일주일에 서너번 야간자습이 끝나는 10시경에 동료들과 술 한잔을 하고 12시경에 귀가를 했으며 몸무게도 0.1톤에 근접하던 때였다. 그래도 일 년 내내 감기도 걸리지 않아서 나는 건강하다고 자부하고 살았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철저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동안의 나의 무절제함에 대한 벌을 받는다는 심정으로 그 등정을 수행했다. 동료들이 걱정 어린 눈들을 지금도 나는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 그 동호회와 대전둘레산길 12코스를 완주했고, 지리산 종주, 설악산 종주를 함께 했다. 지금도 그 동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때 그들은 나 하나 때문에 등정 시간에 많은 차질을 주었다. 항상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사람이 나였기 때문이다. 정말로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그 첫날 금잔디 고개를 오르던 순간을 생각하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 단련의 시간 2년을 지난 후, 나는 퇴직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사이에 몸무게가 10㎏ 이상 빠졌다. 그리고 걸을 때 상당히 몸이 가볍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 나는 앞으로의 나의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보았다. 많은 책에서 제언하는 것이 치료보다 예방을 강조하고 있었다.
나는 계획을 세웠다. “70대에 건강하기 위해서는 60대에 노력하자.” 즉 10년 동안 준비하자는 생각을 하고 2013년부터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은 대전 근교 산행, 두세 번은 갑천 8km에서 12km 걷기를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했다. 그 사이에 제주도에 가서 올레길도 돌고, 한라산 정상에도 올라가고 하면서 부지런히 노력을 했다. 지금은 매일 일정한 양을 걷지 않으면 몸이 무겁다. 그런데 한가지 반드시 지킨 것은 반드시 두 개의 스틱을 집고 다녔다. 이것은 나의 무릎을 보호도 하지만 몸의 균형과 노화로 허리 굽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는 내가 지난 10년간 임상실험으로 확인한 사실이다. 나도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를 보았다. 지난해 건강검진을 하는 해였다. 건강검진 결과가 모든 검사종목이 모두 좋았다. 신체 건강나이는 60대 초반이라고 한다. 지금 내 나이가 73세인데 이것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많은 주위 분들에게 권한다. 지금 나와 함께 다니는 동호회원들이 세 그룹이 생겼다. 그래서 일주일이 바쁘다. 모두들 건강이 좋아짐을 느끼고 기뻐하면서 다닌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건강하게 남의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한다. 그리고 짧게 아프고 가야 한다. 얼마 전 TV에서 노래 제목이 ‘9988234’라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3일 아프다 떠난다.” 우리 모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자.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계족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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