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부가 발표한 대학들의 의대 증원 신청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현재 의과대학 정원(3058명)보다 많은 3401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2000명보다도 훨씬 많다. 증원을 신청한 대학들 나름의 내부 사정이 있겠지만 이같이 많이 증원을 신청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면밀하게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증원 신청 규모에 놀랐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말 실시한 수요 조사 당시 40개 대학에서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을 증원해 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이번에도 2500~2800명 선을 예상했지만 이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의학대학 교수들이 반발하는 와중에도 대학들이 이처럼 대규모 증원을 신청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27년간 묶여있던 의대 정원을 이번 기회에 늘려야 대학의 위상과 지역 의료 수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기감이 팽배한 지방대의 경우 의대 운영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최근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기 이전부터 의대를 둔 지방대는 위상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이번 기회에 의대 정원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비수도권 27개 대학이 2471명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전체의 72%에 달한다.

이와 함께 지역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지역 소멸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이는 의과대학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규모 증원을 신청하기 위해 내세울 수 있는 당위성이기도 했다. 여기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수십 년간 증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각 대학본부를 압박해 의대 정원 증원을 신청하게 만들었다”면서 ‘터무니없는 숫자’라고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의대 교수들도 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강경 조치가 가시화되면서 강대강 대치는 심화되는 분위기다.

이런 대치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번 신청 결과에서 보듯 의대 증원 수요는 예상보다 많다. 국민 여론은 물론 대학들도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하는데 의료계만 10분의 1 수준인 350명 증원을 고집하고 있다. 이제 집단행동부터 중단하고 증원은 물론 의료계 개선을 놓고 심도 있는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

정부도 이번 신청 결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의료계와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 강경 조치는 또 다른 강경 대응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진중한 자세로 의료계를 아우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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