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14·15대 총장

한비자(韓非子)는 법가(法家) 학파의 창시자이고 중국 고대의 걸출한 유물주의 사상가이며 철학자와 문장가이다. 55편으로 구성된 ‘한비자’는 20권에 약 10만 구절로 구성되었으며 한비자의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고전이다. 참신한 개혁사상을 주장한 그의 혜안을 들어보자.

지혜는 눈(目)과 같아서 100m(步) 앞에 있는 것도 볼 수 있으나 정작 자기 눈썹은 볼 수 없다는게 한비자의 인식이다. 山의 진면목을 모르는 것은 자기 자신이 그 山 속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한 말이다. 한비자는 그의 스승 순자와 같이 사람이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신중히 행동하고 몸을 함부로 놀리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愼獨).

사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자기 신체적 외관이나 품성, 재능과 장단점, 특기와 부족함, 과거와 현재 곧 자신의 가치와 책임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①자기 자신과 단독으로 마주하고 ②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③다른 사람을 통해 자기 자신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춘추시대에 월(越)나라에 서시(西施)라는 미녀가 있었다. 그녀의 미모는 그야말로 경국지색(傾國之色)이었다. 행동이나 걸음걸이, 목소리와 웃는 모습 등이 뭇사람들을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서시가 옅은 화장을 하고 소박한 옷을 입어도 그의 외모는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서시가 살고 있는 동네에 동시(東施)라는 추녀가 살고 있었다. 동시는 외모뿐만 아니라 교양도 갖추지 못해 평소에도 행동이 거칠었다. 목소리는 투박하여 깨진 항아리 소리가 났다. 그러나 동시도 여자인지라 미인이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날마다 이 옷 저 옷을 갈아 입어보고, 머리 모양도 바꿔 보지만 예쁘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서시(西施)는 가슴앓이 병을 앓고 있었다. 하루는 그날따라 가슴이 너무 아파서 손을 가슴에 대고 양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 모습 때문에 연약한 여성미가 더 살아났다. 그런 모습으로 서시가 거리를 걷노라면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동시는 서시가 가슴에 손을 얹고 이마를 찌푸리는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해 자기도 서시의 모양을 흉내내 손을 가슴에 얹고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마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원래 추한 여자가 그런 모습을 하고 다니니 더 흉해 보였다. 이런 동시가 보기 싫어 다른 동네로 이사 가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동시가 서시를 흉내 내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동시를 마치 전염병 환자를 보듯 했다.

“Be yourself!” “너다워라.”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의 개성이 중요한 것이다. 이 세상에 내가 안 하면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있다. 그것을 찾아서 하면 나는 역사적 소명을 잘 감당하는 것이다. 집을 건축하려면 여러 가지 건축자재가 필요하다. 흙과 나무, 돌과 시멘트, 철근과 유리, 그리고 헝겊과 플라스틱까지 모든 재료가 다 들어가야 한 채의 집이 된다. 집안 살림을 위해서도 사기그릇, 놋그릇, 나무그릇 등 크고 작은 그릇들이 필요하다. 국그릇에다가 간장을 담지는 않는다. 오지 뚝배기에 된장찌개를 끓이지만, 수박 화채는 화채 그릇에 담아야 제격이다. 우리 몸에도 뼈 조직과 신경 조직이 있고 혈액이 흐르며 각종 호르몬이 분비되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이목구비(耳目口鼻)에 손과 발이 있어야 사람이다. 그래서 잘 운영되는 조직과 단체를 가리켜 ‘유기체적’이란 말을 쓴다. 하나의 생명체라는 말이다. 우리는 누구의 흉내를 내려고 하지 말고 항상 나답게 처신하고 살자. 나의 장점(長點/有能함)과 나의 단점(短點/無能함)도 인정하자. 모든 일을 다 잘하는 사람이 없듯이 모든 일을 다 못 하는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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