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작가 · 국제펜한국본부 대전시위원회장

올해로 국제펜한국본부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국제펜은 6·25한국 전쟁 종전 이듬해인 1954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 펜은 현재 145개국에 걸쳐 154개 센터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세계 최대의 문인단체다. 또 국제펜은 UN 인권위원회 유네스코전문기구로서 전 세계의 문인, 번역가, 언론인들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면서 나아가서는 인권 문제까지를 다루고 있다.

우리 한국에서도 현존하고 있는 그 어느 문학 단체보다 앞서 제일 먼저 문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국적 조직을 가지고 창립되었는데 그 당시 변영로, 주요섭, 모윤숙, 이헌구, 이무영, 백철 등이 중심이 되어 활동해온 내력이 있다. 현재는 대전출신 문인인 김용재 시인이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장으로 취임해 3년 동안 단체를 맡고 있는 중이다. 임기는 1년 더 남아 있는데 한국 펜은 그동안 그의 주도로 한글세계작가대회를 비롯해 많은 문학 사업을 한 바 있다. 특히 노벨문학상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작품 번역사업을 왕성하게 벌이고 있는 중이다.

우리 대전 지역은 그동안 한국 펜 충남지회에 속했었는데 행정구역이 분리돼 대전시로 승격되고도 한동안 충남과 함께 운영돼 왔다. 2001년에 와서야 비로소 국제 펜 한국본부로부터 대전시위원회 승인을 받아 (고)안영진 위원장이 초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지회가 설립됐다. 다른 지역에 비해 좀 늦은 편이다. 올해로 23년을 맞은 셈이다. 현재는 일곱 분의 위원장을 거쳐 제8대 위원장으로 당선된 필자가 대전 펜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밝힌 대로 대전 지역의 문인인 김용재 시인이 한국 펜의 맨 선두에 서고 있는데 힘을 얻어 대전 펜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편이다. 그 중에서도 창립 70주년을 맞아 발행하고 있는 펜 문학 기념문집 발간에 많은 대전 문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시, 시조, 소설, 동화 장르에 걸쳐 발간되고 있는 이 한국문학선집은 우리 한국 문학사에 중요한 족적을 길이 남길 수 있다는 포부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이 기념문집 발간에 동참한 대전 문인으로서는 김용재 시인, 신웅순 시조시인, 고만수 시인, 신경희 시인 등 여러 명이 있고 필자도 참여해 동화집을 발간한 바 있는데 앞으로도 대전 펜의 많은 회원들이 한국 펜 문학 창립 70주년 사업인 이 문집 발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돼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전지역의 문인인 정미선, 김인영, 김용재, 김명아, 요코야마 히데코 등이 중심이 되어 어느 지역보다 선두에서 번역 사업을 하면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전지회는 한국 펜 활동에 앞장서서 문학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에서의 역할은 같은 차원에서 동일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한국문협 대전지회나, 한국작가회 대전지회에 비해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예총대전지회 회원단체에 아직 소속이 되지도 않았고 대전문화 재단에서 지원하는 지원 규모도 앞 두 단체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국제기구로서 한국 문단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식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못내 아쉽다.

그동안도 한국펜은 자타가 공인하는 문학단체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문학 창작을 통해 자신을 실현하며 한국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음은 물론 특히 올해로 10회째를 맞고 있는 세계한글작가대회에 대한 위상은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들을 초청해 대전에서 치를 예정인데 이 대회는 국가적으로도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게다가 문학 노밸상 후보지를 추천할 수 있는 추천권을 가지면서 우리 한국의 문인, 번역가, 언론인들이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작품을 창작하고 있는 사업에 우리 대전 펜이 앞장서고 있는데 이를 대전시나 대전문화재단이 비중 있게 인식 해줬으면 한다.

즉 우리 대전펜의 활동이 제대로 평가돼 대전 문단의 주목을 받으면서 대전 문학의 주체가 됨은 물론 한국문학의 중심이 되고 세계문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전시의 따뜻한 배려가 있어야 하겠고 직접 실무를 맡아 대전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고 있는 대전문화재단의 애정에 넘치는 시선이 쏟아져야 한다. 그런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필자는 국제 펜 한국본부 창립 70주년을 맞아 대전 펜을 이끌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충언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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