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자, 칼럼니스트

대전의 대표적 잡지인 ‘월간 토마토’가 200호를 발행했다. ‘참 잘 버텼다.’는 말로 응원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지역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이니 어찌하겠는가. 그럼에도 아직도 순수하게 구독료를 내고 지역의 잡지를 보려는 독자가 있기에 16년을 꼬박꼬박 버텨낸 것이 아닌가 싶다.

마음만 먹으면 뉴스든 정보든 어떤 것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모바일 시대가 아닌가. 종이에 찍어낸 책이며, 신문이며, 잡지를 읽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그것도 지역의 이야기를 경제적 이익 없이 꾸준히 발행하는 것을 보면 무모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부사동에서 대흥동으로 다시 중동으로 그리고 또다시 옥계동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도 잡지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그들에게는 무엇이 있었을까. 아마도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낼 그릇으로 유일한 잡지라는 의무감의 무게 때문은 아닐까.

잡지는 다른 매체들이 담아낼 수 없는 깊이와 전문성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매체보다 담아야 할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구성하고 편집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력적인 매체임에 틀림없다. 특히 디지털매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종이잡지만이 가지고 있는 느림과 편안함, 매달 잡지에 실린 내용들을 받아보는 즐거움을 맛본 독자에게는 중독성 짙은 매체가 된다. 거기에 전문분야의 잡지와 달리 지역잡지만의 매력은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토의 진한 감성과 투박하지만 고유한 사람과 이야기가 추억처럼 스쳐가기도 하고 때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만든다. 이런 매력에 빠진 독자들 때문에 힘든 디지털경쟁시대에서도 근근하게 버텨 가고 있는 것이다.

정보의 통로가 좁았던 시절, 1908년 최초의 근대잡지 ‘개벽’이 나온 아래 2024년 정기간행물에 등록된 잡지가 5884개나 된다. 그중 대전을 기반으로 등록된 잡지가 88개에 이른다. 그렇다고 모든 잡지들이 독자를 만나지는 파악할 수는 없다. 유가지인지 무가지인지 알 수는 없지만 대전에서 월간으로 발행되는 잡지형식의 매체는 공공기관이나 단체, 기업, 언론기관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 홍보에 활용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독자들 입장에서는 객관화된 관점에서 이야기보다 단순 정보의 열거 수준에 머물고 있는 잡지를 시민들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독자적인 의견을 내거나 전문성 없는 정보, 거기에 기관을 대변하는 홍보로 지면을 채운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절대 소수의 의견들에 의해 절대 다수의 생각과 기억이 강요될 수 있는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지역의 전문분야를 다루거나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의 삶과 이야기, 절대 소수들이 보여주기 싫은 도시의 풍경들이 전달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역에 살면서도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살아왔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지역잡지는 지역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기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면에서 평범한 지역의 사람들과 지역의 말인 사투리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들의 삶을 재발견하는 일들을 24년간 담아내고 있는 ‘전라도닷컴’이나 젊은 시민들과 문화예술인, 교수와 언론인들이 주머니를 털어 전주지역문화 토대를 37년간 굳건하게 지켜내고 있는 ‘문화저널’을 지역사람들이 끊임없이 지지해 주는 것처럼 우리 지역의 시민들도 일상과 풍경을 담아내고 기록하는 대전다운 지역잡지를 시민 스스로 만들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한국잡지협회는 매년 우수 콘텐츠 잡지를 선정한다. 우리 지역잡지인 ‘월간토마토’도 선정 명단에 올라있다. 선정되었다고 특별한 상이 주어지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많은 지역에서 발행되는 다양한 잡지들과 경쟁에서 뽑힌 것이니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지역을 발로 기록하고 그것을 기사를 작성하고, 편집해 매월 빼먹지 않고 발행하는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큰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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