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은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단골 메뉴다. 겉으론 연수라고 해 놓고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소요되는 혈세가 적지 않은데도 영수증 등 증빙자료도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규정 또한 허술해 요리조리 빠져나가기 일쑤다.

충북 청주시의회의 경우가 이런 사례 중 하나다. 청주시의회 6개 상임위원회 의원들과 소속 공무원들은 지난해 11월 일제히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지로 8~10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국제적 안목을 높이고 창의적 의정활동 배양이란 명목을 내세웠다.
이들이 해외출장을 통해 둘러본 곳이 창의적 의정활동을 위해 적절한 장소였는지는 차치하고라도 공무국외출장비가 제대로 쓰였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출장비 명목으로 약 3억 원을 지출했다고 공개했지만 현지에서 사용한 영수증이나 증빙자료가 단 한 장도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정에서 청주시의회의 공무국외출장비가 의장, 의원, 공무원들에게 출국 전에 미리 현금 지급된 후 현장에서 현금을 갹출해 출장 여비로 사용하고 영수증 등 명확한 증빙자료를 하나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각 위원회가 출장비를 지급해 달라며 여비산출내역서를 제출했고 이에 따라 경비가 현금으로 선지급되었지만 의회 사무국은 지출된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확인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금강일보가 정보공개를 요청해 청주시의회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출장 참여 인원은 의원 39명, 공무원 22명 등 총 61명으로 지출 총액은 공무국외출장 차량 임차 비용을 포함해 3억 원 정도다. 하지만 각 위원회가 출장 이후 작성해 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에는 참여 의원 39명, 공무원 40명으로 총 인원이 79명으로 늘어 지출 총액도 3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3억 원 이상의 시민 혈세를 쓰면서 증빙자료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일반 사기업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시민의 대표 기관에서 벌어진 것이다. 의회 측은 규정상 증빙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없으며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의혹을 잠재우기는 힘들어 보인다.

청주시의회는 이를 제대로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시정하고 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청주시 감사실은 물론 충북도, 감사원 등 상급 감사기관은 이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대표와 공복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3억 원이 넘는 혈세를 마구잡이식으로 사용한 것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차제에 지방의회 해외 출장 규정을 더 엄격히 강화해 무분별한 해외여행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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