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학생인권조례가 또다시 존폐의 갈림길에 선다. 도의회에 상정된 조례 폐지조례안이 소관 상임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19일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폐지 여부를 다투게 됐다. 이게 끝이냐면 그렇지 않다. 폐지되더라도 재의 요구가 남아 있는데 충남교육청이 그리하겠노라고 명토를 박았다. 논란을 무한 재생하는 참으로 기구한 공방전이 아닐 수 없다. 전혀 다른 시각이 논의 없이 충돌만 하니 바라보기도 지친다.

교육위원회는 13일 표결을 거쳐 찬성 6명, 반대 2명으로 폐지조례안을 원안대로 심의·가결했다. 진행 과정은 이전과 판박이다. 국민의힘 박정식 의원이 “현재 충남학생인권조례는 오직 학생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된 가운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임신·출산 등과 관련된 왜곡된 권리 등이 포함돼 있어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문제가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한 뒤 국민의힘은 옹호로, 민주당은 반발로 맞섰다. 접점 따위는 없었다.

국민의힘 박미옥 의원은 “도민 사이의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조례는 필요 없다. 학생인권조례는 제정됐을 때부터 논란의 대상이었고 단 하루도 그 논란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헐뜯었다. 반면 민주당 구형서 의원은 “조례 폐지는 일부 개신교 단체의 주장에 따른 것인데 일부 단체의 주장을 마치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격했다.

작심한 바가 다를 뿐 논의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없던 건 아니다. “굳이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면 구성원 모두의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후 다른 이름의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박미옥 의원의 그것과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폐지에 앞서 충분한 토론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는 구 의원의 그것이다. 바꿔 말하면 폐지조례안 재발의에 앞선 건설적인 토론도, 대안일 수 있는 새로고침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는 것이고 제가끔 민의를 운운하면서 정작 터놓고 대화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시인이다. 충남학생인권조례가 심한 부침을 겪는 이유를 알만하다.

조례는 불과 넉 달 새 사멸과 부활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폐지로 전국 최초 사례를 쓰더니 두 달 뒤 충남교육청의 재가 요구로 깔린 멍석에서 예상을 뒤엎고 극적으로 살아났다. 그리고 열흘 남짓 만에 폐지 재발의로 다시 멱살 잡혀 19일 운명의 도마 위에 오른다. 그 뒤에 또 충남교육청이 있다. 이런 사례가 또 있었나 돌아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 남의 나무만 볼썽사납다고 답을 정해놓은 태도로는 숲에 절대 이를 수 없다. 어느 숲을 지향해야 하는지는 보편적인 정서에 따르면 될 일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지나치게 학생들의 인권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없는 건 아니나 법으로 명시하지 않고선 존중받지 못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더구나 법은 법이요, 현실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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