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3주간 매주 한 번씩 늘봄학교 관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열고 지역별 준비 상황을 챙기는가 하면 범부처 지원본부 회의를 직접 주재한 데 이어 초등학교를 몸소 방문해 프로그램을 참관했다는 것이다. 당면한 국정 현안이 수두룩한 와중의 파격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국가돌봄체계 구축이 늘봄학교에 달려 있다’는 게 대통령의 소회라니 맥락은 얼추 확신의 파종으로 이해된다.

늘봄학교를 우선순위에 둔 대통령의 열의는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특히 늘봄학교 안착의 키잡이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할만한 인력을 꼽고 있다. 그것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지역참여의 온실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이 함께할 때 늘봄학교가 국민통합의 중요한 계기로서 자격을 얻는다는 관점에선 적절한 접근이다. 다만 취지에 도달하기 위해선 충족해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꽤 많다는 지점에 과제가 산적해 있다.

늘봄학교는 초등학생에게 방과 후 2시간의 무료 프로그램을 제공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교육부가 시행 중인 사업이다. 현재는 시범 운영 중이며 올해 2학기 1학년, 내년 2학년을 거쳐 2026년엔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맞춤형 교육 활동을 통해 사교육 쏠림을 완화하고 보육을 겸하는 수단으로 등판한 늘봄학교를 호위하느라 방방곡곡에서 부산을 떠는 가운데 현장이 어수선하다.

이달 초 전교조 실태조사에선 볼멘소리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예컨대 기존 교원들이 늘봄학교 행정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는 점, 인력풀이 부족한 상태에서 인기 강좌만 선호한다는 점, 초등교사 무자격자를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 전용 교실을 마련하지 못해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불안정성으로 나열됐다. 한마디로 가장 기본적인 인력과 공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문제도 불거졌다. 늘봄학교의 등장으로 비용이 발생하는 방과후학교 학생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며 기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담당 강사들이 임금 감소를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되레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데다 돌봄 확대로 학생 확보 수단이 많아졌다는 교육청의 입장과는 상반된 시각에서 방과 후 강사들은 고용안정과 임금 및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 현장은 인력과 예산, 안전이나 프로그램의 질 등 구체적인 지침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속도전에 불만을 표시한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면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조건이 완벽할 순 없다. 그러나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요인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자세로 머리를 맞대는 시도는 나무랄 데 없다. 방법론이 중요하다. 아직 시범 운영 중이니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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