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앞으로 넉 달

▲ 파리 시내 올림픽 표지판. 사진=연합뉴스

4.10 총선을 비롯한 정치판 관련한 크고 작은 보도가 매스컴을 점령한 가운데 넉 달 앞으로 다가온 33회 하계 올림픽에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어, 벌써 올림픽이 열리나” 하고 2021년 도쿄 올림픽 기억을 떠올리는데 코로나로 한해 늦춰진 탓에 개최 간격이 한 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1900년, 1924년에 이어 세번째로 하계 올림픽이 오는 7월 프랑스에서 열리는데 그렇지 않아도 100년, 200년 등 연대기적 계기성을 유난스럽게 챙기고 기념하는데 남다른 열정을 쏟는 프랑스로서는 100년 만의 올림픽이라는 호재를 최대한 활용하는 데 분주하다. 한동안 빈발했던 테러와 연금개혁에 관련된 격렬한 시위 그리고 경기침체에 따른 사회불안과 이런저런 어수선한 분위기를 떨쳐내고 올림픽을 멋지게 치러냄으로써 자부심과 국가구성원들의 일체감을 끌어올리려는 의지가 강렬해 보인다.

1·2차 세계대전으로 세 차례에 걸쳐 대회가 무산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30번의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국가는 모두 19개국으로 전 세계 220여개 나라 가운데 선택받은 나라로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이중 미국에서 4차례, 영국과 프랑스 3번 그리스, 독일, 호주 그리고 일본에서 2번 열렸다. 앞으로 2028년 미국 L.A.와 2032년 호주 브리즈번 올림픽이 확정되었으니 소수 국가에서 돌아가며 열리는 형국이다. 미국 L.A.와 애틀랜타, 세인트 루이스, 벨기에 안트베르펜, 독일 뮌헨,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 캐나다 몬트리올 그리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브라질 리우 등은 수도가 아닌 곳에서 열려 짐짓 국력을 과시하는 듯 보였다.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이기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얼마나 잘 싸우느냐에 있다.”근대 올림픽 창시에 큰 업적을 남긴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말이다. 그러나 국가 간 자존심 경쟁으로 비화하는 메달 각축이 예전 같지는 않다 해도 여전히 관심의 축을 이룬다. 우리나라는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한 이후 금메달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에서 양정모 선수가 처음 땄는데 지금까지 모두 287개의 메달을 얻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1960년 로마 올림픽 노 메달로부터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33개 메달로 4위에 오르는 등 큰 편차를 보여 왔다. 금메달 숫자의 절대적 관심과 위력은 참가에 의미를 둔다는 쿠베르탱 남작의 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금메달 1개를 얻은 나라는 은메달 99개를 획득한 국가보다 메달 순위에서 앞선다.

이런 가운데 이제 예전처럼 각고의 인내를 요구하는 장기간의 힘든 훈련으로 국가대표로 각종 경기에 나서려는 젊은이들이 예전처럼 많지 않아 그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이룩한 혁혁한 전적을 이어가기 어려우리라는 전망에 공감한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 더러는 배고픔을 참으며 연습에 정진하여 인간승리의 미담을 보여주었던 많은 스포츠 꿈나무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수 있을까. 극도의 절제와 자기희생 그리고 체력소모가 필요한 운동 분야가 아니라도 이름을 알리고 경제적 소득을 도모할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속속 나타나는 사회 트렌드 변화가 이런 추세를 부추기는지도 모른다. 국가자존심을 건 경직된 관전 자세에서 이제는 메달숫자에 연연해하지 않고 경기 과정 자체를 즐기는 여유 있는 의식과 태도가 그래서 필요한 이즈음이다.

“모든 스포츠는 이 세상 모두를 위하여 존재한다”는 쿠베르탱 남작의 어록을 보며 21세기 엘리트 체육이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7월 26일부터 17일간 제33회 올림픽 경기에서 여러 생각이 떠오를 듯싶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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