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13일 전남 나주시 세지면 일대를 방문해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농협 제공

이상 기상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과일값, 특히 사과값이 천정부지인 가운데 올해도 ‘금사과 쇼크’가 이어질 것이라는 잿빛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상 고온으로 과수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빨라진 것도, 이어 영하권을 맴도는 이상 저온이 뒤따르는 것도 지난해와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비단 사과뿐만이 아니다. 수정률이 낮아 생육이 신통찮으면 생산량 감소는 불 보듯 뻔하고 결국 과일값이 크게 오르는 악순환을 면키 어렵다. 당장은 농정당국과 농가의 입이 바짝 마르는 판국이다.

충남에서도 이미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잦은 강우와 일조량 부족이 주범인데 피해는 수박, 멜론, 딸기, 토마토 등을 가리지 않고 주로 과채류 시설하우스에 집중되고 있다. 이를테면 시설하우스 수박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평년보다 3배 이상 많은 비가 내리는 통에 일조시간이 평년 대비 23% 부족해지면서 수정 시기가 늦어져 재파종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과일값 고공행진을 주도하고 있는 사과의 경우도 이상 고온으로 인해 발아 시기가 예년보다 최대 열흘 정도 빠를 전망이어서 개화기 전후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수정률 저하와 기형과 발생, 조기 낙과 등 저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사과 주산지인 예산군에선 일부 농가들이 사과 농사를 포기하고 대체 작물을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후 변화가 양산한 기상 이상은 인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문제다. 선택지가 한정적이라는 뜻인데 그나마도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면 골든타임이다. 농협과 농업기술센터 등 충남 농정당국은 식물용 영양제를 긴급 지원하는 등 과채류 시설하우스 농가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농가엔 과수 저온 피해 예방을 위해 열풍방상팬과 미세살수 등의 시설을 활용,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충남 농업기술원도 농작물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현장 기술 지원에 나섰다. 과수 저온 피해 취약지를 중심으로 현장지원단 2개반을 운영하는 한편 이상 기상 대응 우수기술 보급 사례 업무협의회와 시설채소 생육 관리 현장 기술 지원 강화 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 1회 점검을 통해 농가가 현장에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 예방을 위한 농가의 관심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예측보다 빠르게 진행되며 간담을 서늘케 할 뿐 기후 변화를 견디지 못한 생태계의 신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벌어진 농작물 피해는 서곡이고 과일이 서민 식탁에서 사라지는 일상 파괴가 급히 다가오고 있는지 모른다. 금사과를 단순한 물가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우리가 기후 변화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환기로 봐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거니와 개개인이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다시금 묻고 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