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일 대전삼천중학교 교장

▲ 대전삼천중학교 오영일 교장

어느덧 추위도 막바지인 듯하다. 한 번의 꽃샘추위가 더 오면 본격적인 봄이다. 새로움, 출발이라는 말이 다시 한번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달력의 새로움은 1월 1일에 시작되지만 생명의 시작, 계절의 시작은 봄이며, 그 즈음하여 학생들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1월과 2월에 걸쳐 졸업식이 있었으며, 봄의 시작과 함께 3월에는 입학과 개학을 모두 마친 시기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크게 보면 하나의 진행형이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마침과 시작의 마디가 존재한다. 마침의 경험들은 추억과 후회를 동반한다. 그동안은 즐거웠던 기억이 추억으로 아쉬웠던 시간들이 후회로 남게 된다. 누구나 그러하다. 그리고 이것을 다시 시작의 동력으로 삼는다. 시작을 앞둔 다짐 속에는 마침의 시간 속에 있었던 추억과 후회가 함께한다.
그 마디마디에서 우리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다. 실제로 우리는 성공보다 더 많은 실패를 해왔다. 태어나서 첫걸음을 걷기 위해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였고, 현재 내가 취미로 즐기고 있는 것이 지금의 수준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 하지만 기억 속에는 성공과 승리의 기억이 충만하고 그 기억은 나를 웃게 만든다. 실패의 기억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성공의 경험과 기억을 위하여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감수해왔으며 그 실패를 받아들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요즘의 우리는 실패의 두려움으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자는 실패를 받아들일 용기를 가진 자이다. 이런 말을 하면 반드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이다. 외국인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우리가 그만큼의 성취를 이루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쉽게 와 닿지는 않는다. 우리는 멀리서 사례를 찾을 필요가 없다. 내가 지금까지 잘 살아오고 있는 이유는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진 자였기 때문이고, 실패를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그러한 삶을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다. 특별한 인물에게서 나타나는 특별한 일이 아닌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상이며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한 번씩 마침표를 찍고, 그리고 다시 시작하고를 반복하며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지금의 나로 살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그 길을 내가 개척한 첫 번째 인물이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은 그 조직의 구성원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실패를 용인하는 기회를 부여한다. 학교에 처음 입학하면 신입생 적응 기간을 두고, 군대에서는 신병 기간을 두고, 회사에서는 인턴 기간을 두는 등의 방법으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들도 먼저 경험한 자들이 준 기다림의 시간의 의미를 모두 알고 있다.
고대의 사자성어인 반면교사(反面敎師), 타산지석(他山之石)과 20세기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실패는 우리가 습득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교사이다.”라는 말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 삶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봄이 시작되고 멀리 남도에서는 꽃 소식이 들리는 시기이다. 누구에게나 존재했고 존재할 처음과 시작을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받아들이고 당연히 닥쳐올 실패를 자연스럽게 이겨가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필요한 시기이다. 나의 삶을 처음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항상 칭찬하고, 그 칭찬을 남에게도 똑같이 해준다면 우리는 수많은 실패 후에 성공의 기억을 갖고 더 나은 나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새싹과 꽃이 피어날 시기에 시작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응원을, 그리고 당연히 맞이할 실패에 따뜻한 위로를 보내는 너와 내가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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