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들이 그린 가장 한국적인 그림
우리 민족 생활 문화 고스란히 담아
명맥 이어가기 위해선 꾸준한 관심

사진= 범어서 성보박물관 제공 (혜원 김재춘 '달빛호작도' 100×130. 견본채색)
사진= 범어서 성보박물관 제공 (혜원 김재춘 '달빛호작도' 100×130. 견본채색)

동양화의 한 장르인 우리 그림 민화는 대중들의 관심 밖이다. 무관심이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명맥이 끊어지기 마련인데 전통과 민족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화는 백성의 그림이자 당시 시대상을 드러낸 작품이었다. 민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인 호작도(虎鵲圖) 또는 작호도(鵲虎圖)에 나타난 까치와 호랑이를 통해 서민들은 권력자를 향한 울분을 해소하기도, 해학과 풍자를 통해 삶의 애환을 달래기도 했다.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작자미상인 작품이 대부분인터라 서양화와 달리 이렇다 할 작가가 떠오르지 않는 것도 대중들의 관심 밖에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대 흐름에 따라 팝아트 등 대중적인 장르의 탄생과 장르 간 퓨전이 공존하면서 경계가 허물어진 것도 민화의 존재감을 희미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라는 게 미술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민화가 대중들의 관심 밖에 있다보니 공공 차원에서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난색을 표한다. 시립미술관만 해도 지난해 민화만을 특정 주제로 한 전시는 없었다. 대전중구문화원도 2021년까지 민화관련 강좌를 개설했지만 정원을 채우기 버거워 지금은 강좌를 폐지한 상태다. 점점 배우는 사람이 줄고 가르침을 전달할만한 사람이 없어지다보면 언젠가는 우리 전통을 담은 그림이 사라지진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중구문화원 노덕일 원장은 “서양화는 장르마다 세분화된 관련 학과도 대학에 개설돼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민화 관련 학과는 전무하다”며 “새로운 것만 배우고 전통을 보존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 민족성을 담은 민화라는 장르가 없어지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화에 담긴 스토리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추측해볼 수 있어 중요 사료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계승하고 발전시킬 이유가 있다는 것이 작가들의 설명이다. 명맥을 잇기 위해서라도 대중들에게 노출빈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종희 작가는 “민화에는 민초들의 희망과 애환이 담겨있다”며 “자주 접하지 않으면 잊혀지기 마련이니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장과 문화체험 기회 확대, 교육도 주기적으로 이뤄져 한국인들의 인식 속에 민화라는 장르가 친숙하게 자리잡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고운 기자 kg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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