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40% “통일 불필요” 응답
정부 “자유주의 철학 누락됐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손질 나서
일각선 진영 갈등 부작용 우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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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에게 통일 문제가 남의 얘기가 돼 버리고 있다는 암울한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그나마의 완충 역할을 해 온 건 교육현장에서 이뤄지는 통일 교육인데 이마저도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정부의 공식 통일 구상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마저 존폐기로에 서면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소년의 통일 인식이 요동치는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남북관계가 긴장 일변도일 경우 청소년들의 통일 필요성은 낮고, 화해 무드일 땐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는 일이 다반사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금의 청소년 통일 인식은 예상대로 적신호다. 통일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교육부와 함께 전국 초·중·고생 7만 3991명, 교사·관리자 6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도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생은 49.8%를 기록했다. 2014년 조사 이래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통일이 불필요하다는 학생들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20년 24.2%, 2021년 25%, 2022년 31.7%에서 이번 조사 때는 38.9%로 역대 최고치다. 어쩌면 그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통일된 한반도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엔 그래도 성향이 다른 정부가 들어서면 청소년의 통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예측하긴 했지만 어쩌면 이젠 이마저 허상이 될 움직임이 엿보인다. 윤석열정부가 1989년 노태우 대통령이 야권의 김대중·김영삼·김종필 총재와 논의를 통해 마련하고 1994년 발표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수술대에 올리기로 하면서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화해협력(1단계)을 통해 남북이 2체제 2정부로 연합하고(2단계)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1체제 1정부 통일국가로 가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우리의 공식 통일 구상인데 정부가 이 방안에 자유주의적 철학 비전이 누락됐다는 이유로 수정할 태세를 보이면서다.

문제는 정부가 이미 이 통일방안에 1체제로 통일된 미래상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철학을 명시했음에도 수정을 강행하면 사회적 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통일정책을 둘러싼 여론 분열과 사회 갈등을 부추길 위험이 그것이다. 이 방안은 진보와 보수가 대북 문제에 관해 대립하는 가운데서도 예외적으로 모두 동의했다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노태우정부가 기초해 김영삼정부가 수립하고 보수·진보 진영이 합의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수정·보완 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북한의 통일 포기와 민족 분리에 대응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명칭과 골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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