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대 교수

동양에서는 중국의 황허-장강 문명을 꽃피우고 최초의 통일국가 진나라(BC 900년경~BC 206, 통일 BC 221)가 탄생한다. 진시황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만리장성이다. 만리장성은 왜 만들어진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당시 지상 최고의 기마민족 흉노(BC 318~AD 431) 또는 흉노제국(BC 209~, 세계최초의 유목제국)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 시대적 배경으로 한 사자성어가 ‘천고마비(天高馬肥)’이다. 중국의 고대 왕조는 오랫동안 흉노에게 침략을 당했다. 흉노는 척박한 초원에서 유목 생활을 하며 주로 말을 타고 다녔고, 특히 식량이 귀한 겨울철을 대비해 가을에 말을 타고 중국 왕조를 침략하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살이 찐 건강한 말을 타고 침략해 올 흉노를 걱정하면서 가을하늘이 높고 살찌는 계절이라 말하는, 두려움의 표현이었다. 가을은 바야흐로 곡식이 여물고 거두어들이는 계절이고 초식 동물들의 식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흉노는 한나라(BC 202~AD 220) 때까지 중국의 북방지역을 점령하고 중국대륙을 침략하였다. 흉노가 기마민족으로만 알지만, 자급자족을 위해 침략으로 얻어진 많은 노예로 토지를 개간해 식량 생산을 했고 군세를 강화하여 제국으로 확장하였다. 흉노는 동흉노, 서흉노, 남흉노, 북흉노로 갈라지며 그중 일부 세력이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실크로드(초원길, 사막길, 바닷길), 그 중에서도 초원길을 장악하여 동서양의 무역을 주름잡았고, 토착 유목민 집단들과 결합해 유럽에서 훈족(AD 370~469)으로 등장한다. 훈족은 유럽의 본토로 이동하여 게르만족의 대이동(AD 375~568)을 만들어냈고 찬란했던 로마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으며, 이들 훈족 또한 마지막으로 헝가리에 터전을 마련하였다. 로마제국의 멸망은 동로마(AD 395~1453), 서로마(AD 395~476)로 나누어지며 유럽의 중세역사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이는 동서양의 문명과 무역(이동) 그리고 토지영역의 개념 확장과 지리적 위치를 다시한번 만들어내는 결과였던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고대시대까지 인간의 이동과 정착 그리고 문명의 시작 이를 통해 국가가 탄생함으로써 토지의 역할은 더더욱 커지게 되었다. 중세를 거치고 근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토지는 한 국가의 영역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었고,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의 기초가 된다. 특히 토지는 그 국가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활동의 중요한 지표이며, 그 지표가 그 국가의 경제적 또는 국제적 위상을 나타낸다. 바로 기업은 토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토지의 개념을 토지→공간의 개념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토지는 유한하다는 전제로 팀 버너스리 경(Sir Tim Berners-Lee)은 월드와이드웹(WWW)을 여러 이유로 무료로 제공하면서 우리는 비즈니스 공간이 오프라인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누구나 홈페이지를 만들고 이곳에서 본인의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지는 유한하지만, 공간은 무한하기에 메타버스라는 또 다른 실험 공간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우주라는 다른 차원의 공간도 열리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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