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국가소멸을 우려하는 ‘재앙’ 수준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 즉 합계출산율이 2017년 1.05명, 2019년 0.92명, 2021년 0.81명, 2023년 0.72명 등 해를 거듭할수록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0.65명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0.7명 선이 무너졌고 암울한 흐름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2021년 기준,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전례 없는 K-출산의 현주소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혼인 건수 증가로 출산율 개선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니나, 결혼하더라도 출산하지 않는 시류라 반전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복잡다단해 몇 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다만 아이를 기르기가 힘에 부친다는 반응은 한결같다. 조금이라도 양육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을 갈구하는 것인데 대전 대덕구의 행보에 눈길이 간다.

대덕구가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놓은 카드는 ‘언제든 돌봄 보육’ 확대 추진이다. 언제든 돌봄 보육은 양육자의 근로 형태를 반영해 기본보육어린이집 이외에 24시간(야간·새벽반) 어린이집 1곳, 시간제 어린이집 9곳, 야간연장보육 어린이집 47곳을 지정·운영하는 게 골자다. 이에 더해 이달부터 대전지역 최초의 주말·공휴일형 어린이집 1곳을 운영하는 것으로 확대의 발판을 놨다.

주말·공휴일형 어린이집은 시설 돌봄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토·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다른 어린이집에 재원 하더라도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어 주말 근로가 빈번한 양육자에게는 부담을 덜어줄 만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꼭 주말 근로가 아니더라도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린 양육자들에게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사회공헌 사업에 힘입어 운영한다니 지역사회의 돌봄 참여라는 차원에서도 눈여겨보게 된다.

대덕구는 24시간(야간·새벽반) 어린이집도 대전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배송 등 밤샘 근로나 교대 근무 등으로 새벽 보육이 필요한 양육자에게 마침맞은 보육 서비스다. 첫선을 보인 주말·공휴일형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양육 환경보다는 특수성을 배려한 정책이고 보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손이라고 할만하다. 꼼꼼한 모니터링과 관리를 통해 수요에 부합하면서 확대 가능성을 타진해 주길 바란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만한 여건 조성은 보편성을 띠어야 폭넓은 호응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당장은 가시적인 출산율 제고를 이끌지 못하더라도 건설적인 제도와 맞물릴 때 충분조건은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출산도, 보육도 사회와 국가가 당사자의 눈높이에 맞춰 각별하게 배려하고 돌봐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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