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아동청소년문학작가

아랫글은 예전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던 글이다.

유비가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뵈러 길을 가고 있었다. 얼마를 가니 제법 넓은 개울 하나가 앞을 가로막았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배도 사공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유비는 신을 벗고 바지를 걷은 채 물을 건너기 시작하였다. 물은 매우 차가웠고, 또 꽤 깊었다.

유비가 겨우 물을 건넜을 때, 뒤쪽에서 어떤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귀 큰 놈아! 나를 건네 주어야지. 사공도 없는데 어떻게 건너란 말이냐.”

마치 유비가 배를 없애기라도 한 듯한 말투였다. 유비는 갈 길도 멀고, 노인의 말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기왕에 젖은 몸이니 좋은 일 한 번 하자는 생각에서 유비는 노인 쪽으로 건너왔다. 노인을 업은 유비는 다시 물을 건너기 시작했다. 노인이지만 업고 물을 건너기는 매우 힘들었다.

겨우 강기슭에 도착한 유비가 인제 갈 길을 가려는데, 노인이 다시 화를 내는 것이었다. 짐을 저 쪽 강기슭에 놓고 왔다는 것이었다. 마치 유비가 잘못해서 짐을 놓고 왔다는 식의 말투였다. 유비는 화가 났지만 “제가 강을 건너서 짐을 갖다 드리지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짐을 가지러 돌아서는 유비에게 “네가 어딜 가서 찾는단 말이냐. 잔말 말고 나를 업어라.”하는 노인의 말이 들려 왔다.

유비는 잠시 생각한 후에, 노인을 업고 묵묵히 다시 물을 건넜다. 짐을 찾고 겨우 강을 다시 건너서 이 쪽 언덕에 도착하자, 노인이 웃으며 유비에게 물었다.

“처음 나를 업어 준 것은 그렇다치고, 짐을 가지러 가자고 했을 때는 가 버릴 수도 있었는데, 왜 다시 강을 건넜느냐? 무엇을 바라고 한 번 더 수고로움을 참았더냐?

그러자 유비가 말했다. “그 때 제가 화를 내고 돌아가 버리면 어르신을 업고 강을 건넌 처음의 수고마저도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러나 잠시의 어려움을 참고 한 번만 더 강을 건너면, 제 노력은 두 배의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미 들인 수고마저도 의미 없이 만드는 것과 한 번 참아서 두 배의 의미를 얻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삼국지’에서 유비는 인군(仁君)의 전형으로 묘사된다. 윗글에서도 유비의 어진 성품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데 어질긴 어질되 단순히 어질기만 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 글의 맨 마지막 문장에서 알 수 있다. 유비는 이미 자신이 베푼 선행의 의미가 헛되지 않도록, 다시 말해 처음 선행이 그 다음 선행에 이어 쌓이도록 노인을 업고 세 번이나 강을 건넜다. 보통 사람 같으면, 뭐야 이 늙은이, 하며 짜증을 냈겠지만 유비는 그러지 않고 노인의 말대로 하여 인(仁)과 덕(德)을 쌓은 것이다. 성서에도 이와 비슷한 의미의 말이 나온다. 누가 5리를 가자 거든 10리를 가 주어라, 달라는 사람에게 주고 사람의 정을 물리치지 말아라, 라는 말이 그것이다. 5리를 가자거든 10리를 가주는 사람을 누가 존경하고 따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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