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전 대전문인협회장

나이 앞에 장사 없다 하지 않습니까? 엊그제 무심한 세월은 내 옆집의 구순 노파를 하늘나라로 모셔 갔습니다. 철마도 오래 달리다 보면 헉헉거리고, 무쇠도 오래 쓰다 보면 닳고 해지게 마련입니다.

돈 보따리 짊어지고 요양원 가봐야 무슨 소용 있나요? 경로당 가서 학력 자랑해봐야 누가 알아주나요? 나이 드는 줄 모르고,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말고 사는 것이 현명한 삶입니다. 나이 고개 구십을 넘기면 사람이나 귀신이나 다 그게 그거 아닙니까?

늙으면 갖고 있는 자나 없는 자나 그 자가 그 자요. 배운 자나 못 배운 자나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병원 가서 특실 입원, 독방이면 무슨 소용 있나요? 지하철 타고 경로석에 앉아 폼잡아 봐야 누가 알아주나요? 늙으면 잘 생긴 자나 못생긴 자나 그 자가 그 자요, 모두가 다림질 대상입니다. 모두가 도토리 키재기 아닌가요.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왕년에 회전의자 안 돌려 본 사람 없고, 소싯적 한가락 안 해본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날의 영화는 다 필름처럼 지나간 옛일, 돈과 명예는 아침이슬처럼 사라지고 마는 허무한 것이랍니다.

자식 자랑도 하지 마세요. 반에서 일등했다고 자랑하고 나니, 바로 옆에 전교 일등 있더라는 얘기 못 들었나요. 돈 자랑도 하지 마세요. 돈 자랑하고 나니 은행 비리 터져 머리 아파하더랍니다.

세계적인 갑부 카네기, 포드, 록펠러, 진시황은 돈이 없어 죽었겠습니까? 건강만 있으면 최고의 권력자도, 천하의 갑부도 부럽지 않습니다.

전분세락(轉糞世樂)이란 말이 있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더 즐겁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더럽고 힘든 세상일지라도 죽는 것보다는 현재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것이 좋다는 뜻입니다.

자전거는 바퀴가 두 개뿐이라 자동차에 비해 안정감이 덜합니다. 신노(身老)는 자연의 섭리요 생물학적 필연입니다. 심불로(心不老)는 신노와 상관없이 마음에서 얻고 찾을 수 있는 산물이라는 것만 잊지 마세요. 흘러가는 세월을 매어둘 수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노년 인생을 즐겁게 살려거든 친구, 건강 많이 챙기십시오. 버스 지나간 뒤 손들면 태워 줄 사람 아무도 없듯이 뒤늦게 건강 타령 해봐야 이미 버스는 지나간 뒤랍니다.

건강의 비결이란 게 뭐 따로 있습니까?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챙기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많이 웃는다든가, 말을 적게 한다든가, 색욕을 삼간다든가, 과로를 피한다든가, 흥분과 분노를 줄인다든가, 탐욕을 줄인다든가, 아름다운 노래를 자주 듣는다든가 하는 것들입니다. 어려운 것들이 아닙니다.

육신이 내 뜻에 복종하기만을 바라지 말고 무사히 동행해 준 몸에게 감사하며 삽시다. 우리 몸은 규칙을 어기면 곧 신호를 보냅니다. 방심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감기몸살이 왔다고, 소화불량으로 속이 더부룩하다고, 팔다리가 결리고 뻣뻣하다는 것은 몸 좀 챙겨 달라는 신호입니다.

천하를 다 잃어도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만은 잊지 말고 사세요.

그게 진짜 남는 장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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